변호사

검찰개혁, 사법개혁은 우리 사회의 큰 화두다. 군부독재가 사라진 다음, 검사와 판사는 법 테두리 안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갖는 집단이다. 그러나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지 못하니, 여전히 개혁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2022년 1월 1일부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요건이 크게 강화된다.

우리나라는 1954년 형사소송법을 만들 때부터 검사와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요건을 달리했다. 검사 조서는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내가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한 것이 맞다”고 하면(진정성립 인정) 증거능력이 인정되었다. 그러나 경찰 조서는 ‘진정성립 인정’ 외에 “내가 진술한 내용이 사실이다”라고 인정하여야만(내용 인정) 증거능력이 주어졌다. 검사는 경찰과 ‘다를 것이라는 믿음’ 또는 ‘달라야 한다는 요구’로 요건을 다르게 정한 것이다.

증거능력이 없으면 법정에 증거로 제출될 수조차 없다. 증거 내용을 믿느냐 아니냐가 증명력의 문제인데, 증거능력이 없으면 아예 증명력 판단 단계까지 갈 수 없다. 고문 등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도 증거능력이 없다.

1961년 5·16 쿠데타 직후 이루어진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피고인이 진정성립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을 때’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이것은 그 전보다 증거능력 인정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개악’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법 개정을 통해, 피고인이 진정성립을 부정하는 경우에는 ‘특신상태’에 더해 ‘영상녹화물 등 객관적인 방법’에 의해 증명하도록 하였는데, 어떻게든 진정성립만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2020년 법 개정으로 검사 피의자신문조서도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내용을 인정한 때”에 한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도록 하였고, 이것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67년 형사소송법 역사상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로써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검사는 경찰과 똑같은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내가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한 것은 맞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야”라고 하면, 검사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검사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해 통제를 가하려는 노력이 드디어 최종 목표에 이르게 되었다.

검사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요건이 크게 강화된 만큼 수사기관으로서 검사가 갖는 지위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면서 형사사법 시스템에 여러 측면에서 부조리를 낳던 검사의 잘못된 수사 관행이 많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검사가 영장청구권, 기소권 등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검사가 작성한 조서의 법적 가치가 법관이 작성한 조서와 비슷한 지위에 있다가 경찰이 작성한 조서와 같은 위치로 떨어진 현실은, 검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새롭고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검사는 권력을 선별적으로 행사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회정의와 인권보장을 균형감 있게 추구하는, 제대로 된 준사법기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검사들은 입법자의 뜻을 깊게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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