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북해 유도(幽都)에는 거인들만 사는 왕국이 있다. 북해가 어디쯤인지는 가본 사람이 없으니 알 수가 없다. 단지 유도란 단어가 아주 멀리 있는 상상의 마을이란 의미를 담고 있으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유도의 한가운데는 대흑산(大黑山)이라는 높은 산이 있다. 그 높이가 구름을 뚫고 천문에까지 닿았다. 산 주변에 사는 새와 뱀과 호랑이와 표범 등은 모두 검은빛을 띠고 있다. 유도에 들어서려면 성문을 지나야 하는데 성문 앞에는 거인 토백(土伯)이 지키고 있다. 토백은 우람하고 흉악하게 생겼다. 호랑이 얼굴에 소의 몸을 가지고 있고 눈은 세 개이고 머리에는 한 쌍의 무서운 뿔이 달렸다. 그런 토백이 무서워 사람들은 유도를 가보지 못했다.

유도 안에 사는 사람은 모두 엄청나게 몸집이 큰 거인이다. 사람이 밑에서 올려다보면 그 얼굴이 구름에 가려져 볼 수가 없다. 거인들은 외출할 때 양쪽 귀에 누런 뱀을 걸치고 양손에는 구렁이를 한 마리씩 감고 있다. 이들은 외모와 달리 성품이 온순하고 착했다. 거인들이 다른 부족을 침략했거나 싸웠다는 기록이 전혀 없다. 그런데 이 거인족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과보라는 거인의 바보짓 때문이었다.

과보는 유도에 사는 거인 중에서 다리가 가장 길었다. 그래서 달리기가 아주 빨랐다. 어느 날 그는 태양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달려가는 걸 보았다.

“제법 빠르네. 하지만 내 달리기 실력은 저것보다 빠를 거야.”

그렇게 해서 태양과 달리기 시합을 하게 되었다. 태양이 막 떠오르자 과보는 바람처럼 빠르게 들판을 달렸다. 둘은 팽팽했다. 과보는 달리면서 생각했다.

“있는 힘을 다해 달리면 태양을 앞설 수 있을 거야. 틀림없어.”

그래서 과보는 힘껏 달렸다. 정오가 될 때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하지만 태양이 조금 앞서 중천에 걸려있었다. 과보는 차츰 지쳐가고 있었다. 그래도 태양에게 지기 싫어 다시 힘을 내어 달렸다.

“이번에 조금만 더 빨리 달리면 태양을 따라잡을 수 있어. 힘을 내자!”

그렇게 과보는 숨이 터질 것 같은데도 쉬지 않고 달렸다. 서쪽에 이르자 과보는 정말 많이 지쳤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래도 태양보다 앞서야 한다는 생각에 쉬지 않고 달렸다. 그런데 태양이 먼저 해가 진다는 우곡(愚谷)에 이르렀다. 과보는 손을 뻗어 태양을 움켜잡으려 했다. 그 순간 태양은 찬란하고 붉은 노을을 만들어 놓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시합에서 진 과보는 갑자기 너무도 피곤했다. 몇만 리를 쉬지도 않고 달려왔더니 목이 마르고 가슴이 답답했다. 과보는 엎드려 황하의 물을 허겁지겁 마셨다. 강물을 모두 들이켰어도 목이 말랐다. 북쪽에 있는 사방 천 리나 되는 대택(大澤)의 물을 마시려고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과보는 쓰러져 숨을 거뒀다. 이는 구전으로 전해오는 대륙의 신화 이야기이다.

하우불이(下愚不移)란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이 어리석은 걸 알지 못하니 선택과 행동이 어리석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평등과 평화를 향해 조금씩 진보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자신이 개인지 돼지인지 사람인지 모르는 이들이 있다. 그래서 어리석고 못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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