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과거에도 분명 지금처럼 어려운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아니 더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고통이 가장 아프다고 느끼는 것처럼 과거에도 이렇게 국가든 개인이든 총체적 난관에 부딪힌 적이 있을까 싶다.

요즘 ‘요술쟁이 젤리 할머니’를 모셔오고 싶다. 크리스텔 발라 글 스테파니 오귀소 그림의 그림책이다. 할머니, 무엇이든 들어주고 해결해 주고 언제나 내 편을 들어줄 것 같은 할머니의 요술은 어떤 것일까? 젤리 할머니는 일요일이 되면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준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큰 고민에서 작은 고민까지. 그리고 그 대가로 씨앗을 하나씩 받는다. 그러면 할머니는 그것으로 요술을 부린다. 걱정이 많은 아이 니노는 할머니를 찾아가지만, 도중에 씨앗을 잃어버려 슬픔보따리를 도로 가지고 발길을 돌린다.

월요일 아침이 되면 할머니는 광장으로 나가 손바닥에 씨앗을 오려놓고 불어서 알록달록 풍선을 만들어 아이들의 품에 안기고 과자가 까맣게 타버려 쩔쩔매는 빵집 아저씨의 맛있는 과자를 만들어 진열하기도 하고 자갈길을 지나 들판의 늙은 사과나무에 빨간 사과도 열리게 해준다. 젤리 할머니가 언덕을 오르다 씨앗 하나를 발견하고 그것이 꼬마 아이의 슬픔이란 걸 금세 알아차리고 주머니에 간직한다. 정원사 아저씨에겐 갖가지 꽃을 만들어 주고 어두운 하늘엔 등불을 매달기도 한다. 고단한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꼬마 노니가 한숨을 내쉬며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어제 씨앗을 잃어버려서 슬프다고 한다. 할머니는 주머니에 간직했던 씨앗을 보여주고 노니의 씨앗임을 안다. 할머니는 니노와 함께 씨앗을 화분에 심고 니노가 와서 돌보게 한다. 매일 할머니를 찾아와 화분을 돌보며 어서 새싹이 나기를 기다린다.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고 맛있는 과자도 나눠 먹으며 시간이 자꾸 흘러가자 드디어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보드라운 꽃이 피어난다. 할머니는 꽃이 핀 화분을 니노에게 건네고 둘은 행복해 하고 니노의 슬픔도 사라진다.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면 우린 누굴 찾아가야 하나? 그 고민을 통쾌하게 해결해 줄 할머니는 없다. 간절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할머니의 요술을 빌려보자. 결국, 모진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고 현명하게 살아있는 할머니의 지혜가 곧 요술이라 믿는다. 노니의 씨앗을 함께 심어서 그 화분을 바로 건네지 않고 같이 지켜보고 가꾸어서 인내한 니노에게 꽃이 핀 화분을 건네는 할머니의 너무도 슬기롭고 현명한 행동이 바로 요술인 것이다. 요행이나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행운이 아니라 스스로 인내하고 상처를 보듬으며 스스로 해결해내는 힘이 곧 요술인 것이다.

살아온 시간만큼 어딘가에 쌓여있을 지혜를 끄집어내어 누군가에게 조금의 요술이라도 나누어줄 수 있는 할머니가 되기를 바라며 조금만 더 노력이란 걸 해야겠다. 신은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주신다는 믿음도 가져볼 일이다. 신이 자기 대신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부모를 세상에 보냈다는 의미 있는 이야기도 생각하며 요술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래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