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음악은 소리를 통해 인간의 슬픔을 위로하고 마음을 기쁘게 한다. 그래서 감정의 예술이라 부른다. 하지만 어떤 음악은 인간을 무작정 슬픔에 빠지게 하여 결국은 비극에 이르게 한다. 그러니 음악을 선택하는 것도 인생을 선택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인 것이다.

기원전 490년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 평공은 슬픈 음악을 아주 좋아했다. 어느 날 위(衛)나라 영공이 방문하여 접대하게 되었다. 궁궐 누각에서 만찬을 베풀었다. 영공이 일어나 평공을 위해 준비한 음악이 있다고 하였다. 위나라 악사 사연이 나와 청상(淸商)이라는 슬픈 곡을 연주하였다. 만찬장은 숙연해졌다. 하지만 연주를 들은 평공은 그다지 만족한 표정이 아니었다. 자신의 악사인 사광(師曠)을 불렀다. 그 당시 사광은 거문고 연주의 대가로 명성이 자자했다. 평공이 물었다.

“지금 연주한 청상이라는 곡이 가장 슬픈 음악인가?”

사광이 대답했다. “그것보다는 청징(徵)이라는 음악이 더 슬픈 곡입니다.”

그러자 평공이 청징을 연주하라고 하였다. 사광이 앞에 나와 거문고를 연주하였다. 그러자 한 무리의 검은 학이 만찬장 남쪽에서 날아왔다. 누각 위에 올라 목을 빼고 날개를 펼쳐 박자에 맞춰 울부짖었다. 사람들이 모두 우울해졌다. 평공은 연주를 들은 후에 사광에게 답례의 술잔을 건넸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그러면 지금 연주한 청징이라는 곡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인가?”

사광이 대답했다. “청징보다 더 슬픈 음악으로 청각(角)이 있습니다.”

그러자 평공이 연주해 보라고 하였다. 이에 사광이 말했다.

“청각이란 곡은 고대 황제가 태산에서 천하의 귀신들을 불러모을 때 사용한 음악입니다. 그러므로 함부로 연주할 수 없습니다. 만일 제가 연주한다면 큰 화를 불러올 것입니다.”

그 말에 평공은 오히려 더 듣고 싶어졌다. 고집을 부려 당장에 청각을 연주하도록 했다. 사광은 어쩔 수 없이 청각을 연주하게 됐다. 거문고로 막 연주를 시작하자 갑자기 서북쪽에서 검은 구름이 나타나더니 하늘을 가득 뒤덮었다. 연주가 이어지자 이번에는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하늘에서 우박이 덩어리로 떨어졌다. 바람은 더 강해져 궁궐 위 기왓장이 날아가고 창가의 휘장이 찢어졌고 연회장 음식과 접시들이 날아갔다. 만찬에 참석한 일부 사람들은 무서워 사방으로 달아났다. 평공과 다른 사람들은 두려움에 상 밑에 바짝 엎드려 벌벌 떨고 있었다. 하지만 사광은 그런 광경을 전혀 모르는 체 눈을 감고 여전히 연주에 몰두했다. 하늘에는 천둥이 치고 번개가 작렬했다. 그러자 엎드린 사람들이 모두 벼락이라도 맞을까 두려워 크게 외쳤다. 아이고 아버지 어머니! 그날부터 진나라에 3년 동안 큰 가뭄이 들었고 평공은 자리에 누워 병을 앓았다. 이는 ‘춘추좌씨전’에 있는 이야기이다.

촉목상심(觸目傷心)이란, 슬픈 음악을 들으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슬픔을 자아낸다는 의미이다. 젊어서는 해가 뜨는 밝음을 찾아야 하고 늙어서는 촛불이라도 켠 밝음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슬픔을 멀리하는 비책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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