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근의 펜]돌담쌓기
[오원근의 펜]돌담쌓기
  • 충청매일
  • 승인 2021.11.1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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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충청매일] 시골집에 3m 정도 길이로 돌담을 쌓는데, 일이 무척 더디다. 봄부터 시작한 일이, 아직 반도 쌓지 못했다. 가장 어려운 일은 담을 쌓는데 필요한 돌을 구하는 것이다. 개울과 산, 밭둑과 논둑에서 주워 온다. 시간 날 때 조금씩 주워 오고, 또 시간 날 때 조금씩 쌓는다. 담을 쌓아본 적이 없으니, 잘 될까 하는 걱정에 일이 더 늦어지는지도 모른다. 돌 틈으로 뱀이 들어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런데 한 단 두 단 쌓다 보니 걱정과 달리 모양이 잘 나왔다. 큰 돌 사이 틈을 밭에서 가져온 작은 돌과 모래로 채우니, 돌들을 서로 잡아주고, 뱀이 들어갈 공간도 없애준다. 일이란 본디 시작하고 볼 일인 것 같다. 일하면서 부족한 것을 깨닫고 배우고 채워가는 보람이 있다.

돌담 쌓는 자리에 처음에는 주목을 심었다. 그런데 두 해 정도 지나 말라 죽었다. 이어서 화살나무를 심었는데, 그 자리만 또 말라 죽었다. 식물로 울타리 삼는 걸 포기하고 돌담을 쌓기로 하였다. 전부터 돌담 쌓는 것이 소망이었는데, 그 많은 돌을 구하기 힘들 것 같아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울타리로 심은 나무가 죽은 자리에만이라도 해보자 하는 생각에 일을 시작하였다.

잘 깎아진 돌이라면 쌓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산과 들, 개울에서 주워온 돌들은, 나름대로 고른 것이라 해도, 반듯한 것이 거의 없다. 크기도 제각각이다. 이것들을 서로 맞추어 담장 키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나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돌들을 이렇게 저렇게 서로 맞추고, 다른 돌을 괴어 맞추고, 빈틈은 잔돌이나 모래로 채우다 보면, 서로서로 의지하여 튼튼하게 하나의 담이 돼 간다. 김용민 님의 시 ‘돌담’을 소개해 본다.

“담을 쌓는다/ 돌담을 쌓는다/ 찌그러진 것/ 빵구 난 것/ 길쭉한 것/ 똥그란 것/ 못난 것들// 작은 놈/ 큰 놈이/ 주고받고// 더하고 빼고/ 치고받는다// 어깨를 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냐”

돌담이 다 만들어지면, 내년엔 돌담 앞뒤로 꽃잔디와 수국이 피어나고, 큰 키로 자란 체리나무도 돌담과 친구 되어 꽃을 피울 것이다. 담 위로 조심스럽게 호박이나 박도 올려볼 생각이다. 돌담을 타고 피어난 노랗고 하얀 꽃이 얼마나 예쁠까. 각양각색의 무생물과 생물이 조화를 이루어 멋진 순간들을 이어나갈 것이다. 이런 멋진 모습은 나만 고집하지 않고 다른 것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하는 데서 나오는 것일 게다.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다. 못났거나 잘났거나, 크거나 작거나, 서로 주고받고, 더하고 빼고, 치고받으며 서로 어깨를 걸 때, 살맛 나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돈이 됐든, 권력이 됐든, 가진 사람이 힘을 뽐내며 갖지 못한 사람을 무시하면, 미움과 불신이 생기고, 갈등이 커진다. 우리 사회의 갈등 대부분은 내 욕심을 고집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서로 연대하지 못하는 데서 생긴다. 많은 정치인들은 ‘공정과 상식’을 외치지만, 태반이 구두선(口頭禪)이다. 내 욕심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과 어깨를 걸지 않으면, 사회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이제 대선 정국이다. 누가 진정으로 작고 못난 돌들과도 주고받으며 어깨를 거는지, 기득권 욕심을 숨기고 말로만 공염불(空念佛)하는지 눈을 똑바로 뜨고 살펴보고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그 눈을 흐리게 하는 대다수 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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