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충청매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보다 / 청주를 먼저 알았다는 / 터키 여자 감제 씨 // 인터넷으로 만난 신랑 / 청주 자랑에 / 청주, 청주 / 따라서 말흉내 내다가 / 그만 청주댁이 되었다는 그녀 // 보리밥에 고추장 / 향 짙은 참기름 한 방울 / 청국장 곁들여 비비다보면 / 터키 전통요리 케밥 생각도 멀어지더라고 // 상당산성 안마을에서 / 막걸리 잔 기울이는 / 남편 입에 젓가락으로 빈대떡을 넣어주며 / 맛있지유 / 그려유 안 그려유 / 능청스레 청주 사투리를 흉내 내는 그녀가 하던 말 // 서울 사는 남편 친척들 감제 씨를 청주댁이라 부른다며 / 나두 / 청주 사람유 // 청주댁 감제 데미르 씨 - 졸시 ‘청주댁 감제 씨’ 全文

청주문화도시조성사업의 일환으로 한 문학단체가 발간한 동인 시집에 투고했던 작품이다. 청주의 역사나 문화, 장소, 인물 등과 관련된 작품을 중심으로 원고를 내달라는 권고를 받고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몇 십년 동안 청주에 뿌리를 박고 살아오고 있긴 하지만 막상 청주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원고 청탁을 받고 몇 번 책상에 앉아 시를 써보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신통치가 않았다. 나는 청주의 관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가로수 길을 다시 걸었다. 걸으면서 시상을 떠올리려 애썼다. 무심천도 다시 걸어보고, 중앙공원에도 다시 가 보았다. 그런 노력 때문인지 다행이 몇 편의 시를 건질 수 있었다. 청주의 역사와 관련된 작품, 장소와 관련된 작품이었다.

그러다가 청주의 사람과 관련된 작품도 한 수 꼭 건지고 싶었는데 이 작업 역시 쉽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아!’ 하고 뇌리를 스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터키 여자 감제 씨였다. 그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었다. 충청도 사람도 아니었고 청주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영어 공부를 하다가 인터넷으로 한국 남자를 만난 것이 한국과의 첫 인연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남편을 만나서 남편이외에는 아무도 아는 사람도 없는 이곳 청주에 머물게 된 것이었다. 같은 언어를 쓰면 형제지간이라고 했던가? 그녀는 이곳 청주에서 청주사람인 남편의 나라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다. 나와 감제 씨와의 인연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코로나19 때문이었던 것 같다. 코로나19가 막 시작되기 전 나는 모 봉사단체에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막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 봉사활동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면 수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궁여지책 끝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대면 수업을 하게 되었다. 감제 씨는 한국어 수업에 참 열심이었다. 미리 예습도 해오고 복습도 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솔직했다. 모르면 모른다고 분명히 말했기에 나는 그녀가 모르는 부분을 중심으로 열심히 가르칠 수 있었다. 그렇게 비대면 인터넷 수업을 한 것이 햇수로 벌써 3년이 되어간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동안 감제 씨는 오갈 데 별로 없는 대한민국 충청북도 청주에서 한국어를 부지런히 익히고 또 익혔다. 요즘 감제 씨는 한국어를 꽤 능숙하게 구사한다. 물론 아직도 모자라는 점이 있긴 하지만 그녀는 열심이다. 때로는 청주 사투리로 나를 놀라게도 하면서.

나는 청주사람과 관련된 시를 쓰면서 감제 씨에 대한 시를 쓰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어를 사랑하고 청주사투리를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청주에 대하여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많은 애정을 쏟는 사람이 진정한 청주인이 아닐까? 청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동네 마다 쌓여있는 역사에 대하여도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느끼는 사람이 진정 청주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