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언/ 청주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장

“나는 청렴한 공무원이다.”

그러나 정말로 청렴한가. 단 한 번도 진중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명제다.

왜냐하면 여태껏 나 자신과는 무관한 단어라 여겨왔고, 뉴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엄청난 권력을 이용해 여러 상황을 좌지우지 하는 고위 공직자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난 이 글을 쓰며 나 자신과 ‘청렴’을 연결 지어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수년 전 소방서 민원실에서 근무하던 때였다.

나이 지긋한 노신사가 방문해 필요한 업무를 문의하고 처리를 기다리던 중 키보드를 두드리던 나에게 작은 초콜렛 하나를 건넸다.

그 순간 받아도 될지 고민하는 내 마음을 읽은 듯 ‘친절히 안내해주신 답례로 드리는 거니 부담 갖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작은 마음을 받아들였다.

또 한 번은 음료 한 박스를 사온 민원인에게 극구 사양하며 돌려보내려하자 성의를 무시한다며 화를 내던 민원인을 만났던 기억도 난다.

현재 공무원의 비리가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청렴이 강조되고 있는 요즘, 커피 한 잔 마시기조차 망설여지는 건 사실이다. 김영란법으로 금액의 한계를 정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마다 그 기준의 척도는 제각기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가 청렴한 공직자의 자세인가? 우리는 수백 년 전에 실재한 위인들의 청렴한 공직생활을 자료로 만든 영상물을 시청하는 등 기준을 확립해왔다. 필자도 그 영상을 보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공무원들이 그 내용에 공감하며 청렴을 배우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았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장소적 기준을 넘어 시대적으로도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대쪽 같은 지조와 절개가 그 당시 유교적인 시대상을 반영한 덕목이라면,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는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융통성을 어느정도 적용해야 한다.

시대에 맞는 청렴 기준으로 관공서의 문턱을 낮추고 서로 소통한다면 담당자도 작은 보람을 느낄 것이며 그것이 업무의 효율로 돌아와 결국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말하자면 ‘차 한잔’으로 성의를 표시하고 싶은 그 작은 마음마저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대가성 금품이나 향응을 소박한 마음으로 미화해선 안된다. 어두운 이익에 눈이 먼 자가 아니라면 둘의 차이를 구분 못 하지는 않을 것이니 상황에 맞는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렴과 비리, 그 둘의 차이를 명확히 알고 대처할 줄 아는 자세가 현대를 살아가는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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