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아이들과 함께 읽었던 동화책 중에 ‘바보 이반’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별다른 재주는 없지만 성실한 성품을 가진 이반이 온갖 꾀로 자신을 유혹하는 악마를 어이없는 방법으로 무너뜨리는 재미가 일품인 작품이다.

이 이야기가 주는 매력의 핵심은 이반의 ‘바보스러움’에 있다. 지혜나 재치가 아니라 앞뒤 잴 줄 모르고 자기 역할에 충실한 이반의 태도에 휘말려 악마가 제 꾀에 넘어가 버리는 아이러니함이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에게까지도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이다.

갑자기 바보 이반의 이야기를 떠올린 것은 기업체와의 미팅 장소를 향해 직원들과 몇 시간에 걸친 운전길을 이어가던 도중이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던 것인지, 아마도 그 천진난만한 농부의 얼굴이 우리 투자유치팀의 모습과 많이도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탓이다.

충주시 경제기업과 투자유치팀의 임무는 주어진 조건과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해서 우수한 기업들이 충주로 찾아올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을 짜내는 것이다. 덕분에 가끔은 우리의 일이란 것이 사업을 추진하는 공무원이라기보다는 완성품의 모습을 모른 채 도자기를 빚는 장인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때도 있다.

투자유치서울사무소에 근무했을 무렵, 내게도 하루가 멀다하고 엉뚱한 일들이 일어났다. 대기업 관리자와 미팅이 잡혔다는 기쁨에 우리시 특산품을 들고 갔다가 안내데스크에 뺏기고 민망해하거나 김포의 유망한 회사를 유치하겠다고 무작정 정문까지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당한 일도 있었다.

실로 기업유치시장의 이반이 따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유치팀이 가진 최고의 무기는 솔직함과 우직함이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스스로가 아닌 상대를 빛내주어야 한다. 나를 낮추고 그만큼 상대를 높여야 비로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두고 답답하고 바보 같다고 할는지 모른다.

그런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나는 바보 이반처럼 당당하고 떳떳한 바보가 되겠다고 말이다. 겉보기엔 바보스러운 그의 한결같고 투명한 모습이 종국에는 어떤 잔꾀나 유혹으로도 해칠 수 없는 가장 지혜로운 모습이었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지역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에 더 가까운 도시’라는 비전을 품고 충주시 공무원들은 지금도 일하고 있다. 나를 비롯한 우리 투자유치팀 직원들의 바보 같은 한 걸음도 거기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의 뒤를 따라올 누군가의 눈에 투자유치팀이 남긴 발자취가, 바보 이반이 그랬던 것처럼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물해 줬으면 싶다. 낯간지러운 소망을 마음 속에 감춘 채 오늘도 사무실을 향한 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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