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화물운송을 하는 친구가 있어 두 가지 이유로 하루를 동행했다.

하나는 친구가 하는 일이 얼마나 힘이 들까 궁금했고 또 하나는 도착지에 40여년 전 강원도 화천에서 함께 군대 생활한 하사선배가 있어 오랜만에 만나고 싶어서였다.

선배하고는 가기 전날 약속을 했는데 빨리 오라며 만남을 재촉했다. 아침 일찍 물건 싣는 장소에가 상하차 과정을 살펴보니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고 소형제품이라 일단 안심이 되었다.

우체국에서 우편물 싣고 내리는 과정을 평생 보아왔기에 중량이 많이 나가면 힘이 들고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는 중학교 동창으로 학창시절 공부도 잘하고 반장도 해가며 남들보다 앞서가던 모범생이었다. 일찍이 대기업에 취업하여 잘 나갔으나 우리나라 산업구조대로 조기 젊은 나이에 퇴사하고 고단한 생활을 했다. 퇴사 후 다양한 일을 시도해 보았으나 마땅치 않았고 여러 번의 실패와 시행착오로 힘든 시기도 오랫동안 겪었다.

그러다 절박한 심정으로 택한 직업이 화물운송이었는데 전혀 해보지 않던 일이라 본인은 물론 주위의 걱정이 많았다. 화물운송차를 구입하고도 한 달 가량은 엄두가 나지 않아 일을 하지 못하다 용기를 내어 시작한 게 어언 이십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자기 부친께서 생전에 하지 말라고 했던 직업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운전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경찰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자기는 매일같이 운전을 하고 아들은 경찰공무원으로 봉직하고 있어 아버지한데 불효하고 있다고 농 삼아 푸념하고 있다.

아마 운전은 위험해서이고 경찰은 일제 암흑시대 안 좋은 모습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출발하며 선배에게 전화를 하니까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기다리고 있다며 빨리 오라고 어린아이처럼 채근을 하여 같이 설레었다

친구와 오랜 시간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목적지에 도착해서 선배에게 연락하자 곧바로 찾아와 군대 전우 특유의 포옹을 했다.

군 전역 후에도 다른 전우들과 함께 몇 차례 만났지만 전국 각지 멀리서 살다보니 만남이 쉽지 않았고 20여년을 만나지 못했다. 오랜만에 만나보니 둘 다 예전의 젊었던 청년얼굴이 아니고 어느새 세월의 흔적인 주름살이 많이 보였다.

선배의 그동안 삶을 들어보니 외국에서 생활하기도 하고 별의별 일을 다해가며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지금은 조경사업을 하고 있는데 자기 적성하고 딱 맞고 진작부터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행복하다고 하여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만나 어렵던 군대이야기를 하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에피소드도 듣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몇 시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친구 차에 몸을 실고 청주에 도착하니 밤늦은 시간이라 어디에 갈수 없어 친구 집에서 부부끼리 모여하루 일과를 소상히 이야기하며 마무리했다.

친구하는 말이 매일 하는 일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한다기에 훌륭한 생각이라고 맞장구치며 안전을 최우선하라고 당부했다.

친구와 하루를 동행하며 군대선배도 오랜만에 만나 회포도 풀고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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