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열풍이다. 우리나라보다 더 큰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기생충, BTS를 이어 온라인 플랫폼에서조차 ‘한국 문화’가 인정을 받고 있다니 자랑스러운 마음이 든다. 필자가 오징어 게임을 보기 전에는 별 기대가 없었다. 게임에 참여해서 하나둘씩 탈락해가는 과정을 소재로 한 영화는 이전에도 많았고, 예고편이 보여준 배경이 좀 유치하게도 느껴졌다. 단지 이정재씨가 워낙 팔색조 같은 배우이기에 이번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한 마음에 마우스를 클릭했다.

9편의 드라마로 구성된 오징어 게임을 순식간에 봐 버렸다. 처음엔 상황 설정이 황당하고,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목숨보다 그깟 돈이 더 중요한가? 게임에 참여한 참가자들도 처음엔 그랬다. 이건 아니다 싶어 게임을 포기하고 게임 밖 현실로 돌아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더 지옥 같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고는 자발적(?)으로 게임으로 돌아간다.

이 드라마의 백미는 마지막 편에서 나온 대사이다. “돈이 아주 많은 사람과 아예 없는 사람의 공통점이 뭔줄 아나? 그건 사는게 재미가 없다는 거야” 다소 의아했다. 돈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는 건 이해되겠는데, 돈이 많은데 왜 재미가 없다는 거지? 돈이 많으면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것 하면서 재미있게 살면 되지 않나?

그런데 순간, 복권 당첨자들이 떠올랐다. 수십억, 수백억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했던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고, 오히려 이전보다 불행하게 살게 되었다는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마약에 빠져 살기도 한다. 대기업의 회장과 그 2세들, 유명한 연예인과 가수, 영화배우들의 마약 중독은 흔한 얘기가 됐다. 일반인인 우리가 꿈꾸는 삶을 살고있는 그들은 왜 마약 중독에 빠져 사는 것일까?

삶의 행복이나 재미는, 언제든지 이룰 수 있을 때보다, 하지 못할 것 같은데 해낼 때 또는 목표에 가까이 왔을 때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 목표가 너무 쉽게 이룰 수 있거나, 아예 이룰 수 없는 것이면 행복보다 실망과 좌절이 더 크다. 그런데 대부분 돈 많이 버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다. 그래서 아주 운이 좋게 복권에 당첨이 되면 목표를 이루게 되고, 더 이상 목표가 없으니 방황하게 된다.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다. 그래서 더 큰 자극과 재미를 찾다가 결국 마약에 이르는 것이다. 돈은 수단이 돼야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돈이 목표가 되면 불행이 시작된다.

삶의 목표가 행복이고 즐거움이라면 굳이 돈이 많지 않아도 된다. 행복은 한 번에 뚫리는 출근길 신호등, 직장 동료와 함께 마시는 커피에서도 느낄 수 있다. 어제보다 더 많은 걸음 수에서도, 100km 넘는 라이딩을 해낸 후에도, 퇴근 후 아내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에서 행복을 찾지 않고, 수단이어야 할 돈을 좇아 살아간다. 오징어 게임은 돈을 목표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비참한 모습을 비추어준다. 우리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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