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다겸 작가, 열네번째 개인전 마무리

시각장애인들 위한 그림·미공개 작품 등 선봬

이다겸 작가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입체작품.
이다겸 작가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입체작품.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서양화가 이다겸(73) 작가가 ‘생명(生明)! 다시 살아나다’를 주제로 열네번째 개인전을 마무리 했다.

청주예술의전당 제1전시실에서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전시된 이번 작품전은 이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시각장애인을 위한 입체그림과 수십년 작업해온 작품중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던 작품들을 꺼내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계기로 마련됐다.

이 작가는 아주 오래전 서울에서 살 때, 우연히 어린 시각장애 소녀를 보게 됐다. 언니뻘 돼 보이는 사람이 어린 소녀의 손을 잡고 걸어 가는 모습을 보며 그림그리는 작가로서 왜 시각장애인을 위한 그림작업을 하지 않았는지, 새삼스러운 질문을 던지게 됐다.

이후 어떻게 하면 시각장애인들이 그림을 감상할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고, 이후 만지는 그림을 생각하게 됐다. 그의 작업 화두인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바탕으로 파랑(목)은 직선, 곡선은 붉은색(화), 세모는 검정(수), 네모는 흰색(금), 원은 노랑(토) 등으로 나름의 원칙을 정하고 색채를 기호화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이 기호를 먼저 알려주고 색을 형태로 상상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작가는 색을 기호화해 그림을 입체화 한다면 시각장애인들도 그림을 감상할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작가의 이같은 작업방식이 알려지면서 일반 대학이나 맹학교 등에서 특강을 요청해 오기도 했다.

이 작가는 “강의를 하다 보니 시각장애인들이 색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화가들은 모든 것을 보고 그릴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손에 눈이 있다. 손을 통해 컬러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새롭게 창작한 작품 보다는 수십년 창고속에서 잠자고 있으며 빛을 보지 못한 작품 중에서 선별해 전시장에 걸었다.

“50년 이상 작업을 하다 보니 작품이 수를 헤아아릴수 없이 많아요. 나이를 먹으니 이 많은 작품이 나에게는 소중한 것이지만 남들에게는 쓰레기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그래서 많은 작품을 버리는 과정에서 캔버스를 재활용한 경우도 있고 그위에 그림을 덧칠해 새로운 작품을 창작한 경우도 있어요. 그 중에서 빛을 받게 해주고 싶은 작품을 선별했습니다.”

이 작가는 살아온 연륜만큼 많은 작품 수를 바라보며 세상에 또 다른 짐이 되지 않을까 우려 했다. 버릴 것은 버리고 재활용할 것은 새 작품을 창작하는데 사용하고, 세상의 빛이 필요한 작품에게는 생명을 준다는 마음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일년 365일 탐색하는 그만의 연꽃 정원의 사계절 그림과 누드크로키 등의 작품이 함께 전시됐다.

이다겸 작가는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교사로 재직하다 미술중등교사 자격을 받아 인천, 서울 등에서 재직하다 중도에 퇴직한 후 후진양성과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988년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번이 열네번째 개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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