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순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

 

누군가 쓴 좋은 책을 보는 것, 그리고 글 쓰는 작업에 집중할 때 참 좋다. 이럴 때면 손가락 하나 까닥할 기운조차 없이 온몸을 휘감는 묵직한 통증과 저림 증세까지도 잊을 수 있다. 의미 있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으니 그저 감사하다, 이보다 더 감사할 수 있을까?

심각한 저림과 통증으로 심신이 아프고 괴로울 때면 생각한다. 강제수용소에서도 인간 존엄을 지켰고, 죽음까지도 희망으로 승화시킨 빅터 프랭클의 위대함에 대해. 그는 인간이 얼마나 선하고 또 강하며 존엄한 존재인지 직접 보여 주었다. 인류 역사 최악의 수용소로 기록될 그 곳 죽음 문턱에서조차 삶을 큰 의미로 승화시킨 그의 용기와 위대함에 존경과 경이를 표한다.

의미치료 창시자 빅터 프랭클이 수용소에서 자주 떠올렸다는 대 문호 토스토옙스키가 남긴 말을 생각한다.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 것은 내 고통이 아무 가치도 없게 되는 것이다” 이 토스토옙프스키와 빅터 프랭클에 비하면 내 고통쯤이야 한 줌 먼지만도 못하겠지만 감히 내 이 고통도 가치 있기를 바랄 뿐이다.

30여전 빅터 프랭클이 수용소에서 완성한 로고테라피와 만났다. 또 다른 생의 시작과 마침을 인식했다. 겨울 강풍, 한파를 견디고, 봄 동토 저 아래에서 삐죽이 올라와 여름 거친 비바람 맞고서야 가늘고 수줍게 피어난 야생국화 같다. 그 누구의 손도 거치지 않고 가을이 오면 버려진 공터 어느 한쪽에 조용히 피어나 설렘과 전율을 느끼게 만드는 쑥부쟁이와, 촌마을에서 자라 도회지로 갓 시집온 새색시 모양 망초와 같았다. 그리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사실에 볼 때마다 감탄하고 감동한다.  

오늘 예고조차 없이 불쑥 추위가 왔다. 미처 따뜻한 겨울코트를 준비 못해 이 차가운 바람 부는 거리로 나설까 말까 망설인다. 이렇게 갑자기 확 기온이 바뀔 때면 온몸이 오그라드는 듯해 힘이 든다. 그렇게 늙어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려니.  

이렇게 몸과 마음이 저리고 아플 때면 내 자신에게 말을 건다, 모든 인생은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해서 내 이 극악한 통증에서도, 통증을 안고 살아가는 나란 이에게도 아직은 남겨진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인간의 발밑에 그리 짓밟히며 살아내는 강인한 질경이 같이. 어쩌면 자신도 발견할 수 없었던 가장 선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위로한다. 그렇게 약한 마음과 질기고 험한 삶 속에서도 숨어있을 로고 힌트가 있으니 찾아보자고.  

주변을 돌아보고 살아야 할 의미를 찾자고.

영혼을 살피며 살아야 할 이유를 찾자고.

기도하자고.

속삭인다. 

가장 선하고 아름다운 로고스를 찾아 여행을 떠나라고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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