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출석한 지난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은 벼르던 대장동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야당은 준비도 부족했고 질문하는 자세도, 답변을 들으려는 의지도 없어 보였다. 진실 규명에 근접하는 송곳 질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마디로 맹탕 국감이었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전직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의 ‘조폭 돈다발 사진’이다. 김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장인 박철민씨로부터 받은 자필 진술서와 돈다발 사진이 이 지사가 받은 돈이라고 공개했다. 하지만 해당 사진은 2018년 11월 박정우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박씨의 렌트카와 사채업 홍보용 사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대 진영의 약점을 캐기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이해할만 하다. 하지만 어느정도 타당한 자료를 제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검언유착’사건과 유사하게 무대뽀로, 아니면 말고 식의 자료 제출은 국민을 우습게 본 행위의 결과다.

국회의원이 가진 특권이 안하무인(眼下無人)임을 입증해 주고 있다.

이날 국감을 지켜본 국민들은 대한민국 국회의 품격이 이정도인가 싶을 만큼 눈을 의심할 정도 였다. 김 의원은 면책특권이라는 갑옷을 입고 언어폭력과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국감의 본질을 분탕질 했다. 국감이 희극으로 전락한 셈이다. 국회의 면책특권을 없애고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제 실시가 현실화 돼야 한다.

수많은 국민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실시를 갈구하고 있다. 실제 서울 서대문주민대회 조직위원회는 19일 2021 서대문 주민을 대상으로 한 주민요구 투표 결과 1위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실시로 나타났다. 국민이 지지해준 만큼 국회의원이 제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조폭 돈다발 사진은 전직 경찰청장의 수준이 그정도인지 자괴감이 들 정도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재명 지사의 의혹은 어느정도 해명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2011년 대검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부실 대출 수사 미흡과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문제를 던져 주었다.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당시 철저히 수사했더라면 현재 대장동의 토건비리는 예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은 오늘 있을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지사와 2라운드를 벼르고 있지만 이 지사의 언변과 태도를 압도할 새로운 카드 없이는 맹탕 국감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국감은 국회의원이 갖고 있는 면책특권에 대해 국민 거부감이 커지는데 한몫했다.

국민이 투표로 국회의원을 뽑았지만 막상 선출되고 나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없다. 임기 4년동안 국민을 위한 일보다는 자신의 이권 챙기기 바쁜 의원들이 수두룩 하다. 국회의원이라는 면책특권을 악용해 법적으로도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되는 게 보통이다.

김 의원처럼 면책특권을 악용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는 용납해서는 안될 일이다. 실수인지, 사고인지 알수 없지만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와 국민소환제 실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추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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