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사람의 이름은 단순한 글자로 부르는 상징보다 운명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는 의미에서 자(字)나 호(號) 등 다른 이름이나 개명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청주시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청주고인쇄박물관 명칭공모 설문조사도 그 한 예라 하겠다.

청주고인쇄박물관 개명은 2020년 청주시 의회에서 “청주고인쇄박물관은 메리트(Merit)가 없어 직지 홍보를 위해 직지박물관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되어 설문조사까지 마쳤다. 그 결과 1천165명이 이름을 제안하여 직지박물관, 청주직지박물관, 직지인쇄박물관, 청주직지인쇄박물관, 한국인쇄박물관, 청주고인쇄박물관 6개 선정하였는데 현재의 청주고인쇄박물관 이름은 선택되지 않았지만 세계직지문화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6개의 선정 이름 중에는 청주를 상징하는 직지가 포함된 이름이 4개여서 자칫 직지 연구에만 국한시키는 단점이 있다는 학계의 지적이다. 인쇄박물관은 고인쇄 중에서 금속활자본 ‘직지’에만 중심된 것이 아니다. 14세기 금속활자 인쇄술이 발명되기 이전 서사재료(書寫材料)부터 21세기 미디어혁명을 이끈 인터넷과 반도체로 맥을 잇는 메타버스(Metaverse)와 같은 고대와 현대, 그리고 미래 기술까지 아우르는 박물관이 되어야 한다.

이제 청주와 직지라는 고정된 관념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청주의 인쇄문화가 발전될 수 있다. 국내 인쇄관련 박물관만 해도 10개에 달할 정도로 정체성이 희박해지고 있어 종합적인 미디어 박물관으로 거듭나야 할 때이다. 또 청주가 아닌 직지박물관으로 선정되었을 경우에는 경북 김천시의 ‘직지성보박물관’과 혼동될 우려도 적지 않아 사전에 양해나 저작권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박물관 명칭 변경추진을 함에 있어 시민의견을 듣고 수렴하여 소통을 해야 한다는 행정추진에는 극구 반대할 할 의사가 없다. 박물관 명칭은 이전부터 거론되어 왔고 2021년 청주시의회의 제안으로 다시 재론된 것이다. 그러나 자칫 자치단체에서 치적 쌓기라면 큰 오류를 범하는 시각이 될 수도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기존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자문위원회, 공청회, 설명회 없이 시민 의견 청취에 의존하는 것은 인기성일 뿐 전문성 결여이므로 다각적인 방안이 요구된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1985년 흥덕사지 발견 후 충청북도 흥덕사지관리사무소에서 1993년 7월 명칭을 변경해 박물관의 역사와 문화재적인 위상을 높여 청주시에서 30여 년간 유지운영 해왔다. 현재 흥덕사지에는 청주고인쇄박물관과 근현대인쇄전시관, 금속활자전수교육관이 있으며 2023년 유네스코국제기록유산센터가 건립 예정에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청주의 정체성과 시민의 삶을 담아내는 문화 플랫폼으로서 문화도시의 출발점이자 중심이라 할 수 있어 이를 상징하는 이름 또한 대표성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 위상에 걸맞는 '업그레이드 청주'가 과제이다. 특히 청주의 문화를 상징하는 지역정체성 재정립이 절실하다는 면에서 미래를 향한 박물관 명칭은 신중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청주고인쇄박물관 명칭은 명리학적 접근보다 미래를 대비한 전시·교육·연구 등 본래의 기능에 부합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본격적인 특구에 맞는 문화벨트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산 교육장으로 출발하는 의미를 지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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