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있다. 천사 미하일이 한 여인의 영혼을 거두어 오라는 하느님의 명을 받들지 못하자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을 찾을 때까지 인간 세상에 가 있으라면서 땅으로 내려왔다.

사람의 마음 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겐 자기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가 있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천사 미하일은 추운 겨울에 교회 앞에 벌거벗은 채로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 그런 미하일을 가난한 구두장인 시몬이 구두 외상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자 홧김에 술을 마시고 교회 앞을 지나가다 발견하고는 마음에 갈등하다가 미하일에게 자신의 외투를 입혀서 집으로 데려왔다. 그의 부인 마트료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온갖 욕설을 퍼붓지만, 미하일이 허겁지겁 빵을 먹는 것을 보고 동정을 하게 되었다. 이들 가난한 부부는 미하일을 구두 만드는 조수로 함께 생활한다.

시몬의 구두방에 어느 날 귀족이 좋은 가죽을 들고 와서 1년을 신어도 모양이 뭉개지지 않는 구두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하고 갔다. 그러나 미하일은 그가 곧 죽을 것을 알고 구두 대신에 죽은 사람이 신는 가죽 슬리퍼를 만들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죽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부인이 쌍둥이를 데리고 구두를 주문하러 왔다. 쌍둥이 가운데 한 소녀는 다리에 장애가 있었다. 시몬은 치수를 재면서 부인에게 친자녀인지, 왜 다리에 장애를 입었는지를 묻자 그 부인은 이웃에 살던 쌍둥이 부모 죽었는데 엄마가 죽으면서 아이 다리 위로 쓰러져서 아이가 불구가 되었다고 한다.

이 부인은 그러한 아이들을 입양하거나 고아원으로 보낼 수 없어서 자신이 데리고 있다고 한다. 그 부인에게는 입양할 때 8주 된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일찍 죽고 지금까지 쌍둥이를 자기 아이처럼 키워오고 있다고 한다.

쌍둥이 부인이 돌아가자 미하일은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이 천사라는 것을 시몬 부부에게 전하고 있다. 미하일은 첫 번째 하나님의 질문은 자신을 거두어준 시몬과 마트료나 부부를 보고 인간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귀족 신사를 보고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육체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지혜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마지막 질문은 쌍둥이를 기르는 부인을 보고 ‘나는 모든 인간이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고 걱정하기 때문에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의해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매년 한두 번은 책장에 있는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지, 오늘 저녁의 일을 알지도 못하면서 1년 뒤를 걱정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본다.

그러나 생각할 때마다 더 많이 가지고, 더 오래 살겠다는 욕심으로 사는 모습만 보인다. 코로나 19로 잊혔던 톨스토이의 생각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 삶의 모습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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