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2500년 전의 공자(孔子)의 사상은 어떻게 오늘날까지 전해지게 되었을까? 그건 공자가 배출한 제자들 덕분이다. 제자들이 여러 나라 각 방면에 활약하면서 가난뱅이이자 떠돌이인 작은 학당의 훈장 선생을 성인으로 추대했다.

이후로 공자의 말은 성인의 가르침이 되었으니 사람들이 추종하게 되었다. 공자가 죽고 백 년이 지나 맹자가 출현했다. 맹자는 공자의 사상에다 자신의 특허를 하나 덧붙였다. 정치는 위로는 공정하고 백성에게는 자애로워야 한다는 왕도정치론이다.

맹자의 설법은 당연하고 옳은 주장이나 당시 정치인들은 맹자의 사상은 현실성이 없다고 여겨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맹자의 설법은 사라지나 했으나 이 또한 맹자의 제자 공손추에 의해 기록되고 편찬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공손추가 맹자를 존경하게 된 것은 사람됨에 대한 맹자의 설법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차마 남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정치를 한다면 천하가 편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어린아이가 우물에 기어오르려고 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놀라서 달려가 이를 막고자 할 것이다.

이는 그 어린아이의 부모에게 이익을 얻고자 함이 아니고 동네 사람이나 친구들에게 칭찬을 받고자 함도 아니다.

사람이면 가져야 할 당연한 마음인 것이다. 이 당연한 마음에서 측은함을 알게 되고 부끄러움을 알게 되고 사양할 줄을 알게 되고 옳고 그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사람이 가져야 할 당연한 마음은 누구나 가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닌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이들은 남의 가련함을 자신의 이익으로 삼고자 하고 부모를 섬길 줄 모르고 형제간의 의를 모르고 친구 사이에 도리를 모른다. 심지어는 임금을 해하려 애쓰고 그것이 마치 커다란 공적인 것처럼 자랑한다. 하지만 사람이 아닌 자가 사람인 것처럼 한순간은 속일 수가 있지만 결국은 그 본성이 드러나고 만다.

이는 그 본심에 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정의가 없는 자는 다른 사람의 불법에 대해서는 공평성을 이유로 징벌하고 핍박하지만 자신 가족의 불법에 대해서는 죄가 아니라며 항변한다. 정의가 없는 자는 자신이 받은 뇌물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접이라고 여기고 남이 뇌물을 받으면 불법이라며 강하게 처벌한다. 자신과 남에 대해 정의의 잣대가 다르다면 이는 사람의 본성이 없는 자이다.

그런 자는 밤에 담을 뛰어넘는 도둑보다 무섭고 산에 숨어 있는 호랑이보다 잔혹하다. 만일 그런 자가 벼슬을 하거나 정치를 하게 되면 그 나라 백성이 핍박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심지어는 그 나라가 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행여 정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면 그 사람이 행하는 예의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래도 사람을 모르겠다면 은혜를 입어 갚았는지 은혜를 입어 배신했는지 이력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이는 옛날 왕들의 내력에서 살펴보더라도 단 한 번도 그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사람은 사람끼리 모이고 사람이 아닌 자는 사람이 아닌 자들끼리 모이는 것이니. 배우는 이들은 꼭 기억할 것이다. 이는 맹자(孟子)에 있는 이야기이다.

자유지정(自有之情)이란 사람이면 가져야 할 근본적인 마음을 말한다. 민주주의는 선한 이를 뽑는 것이 아니라 덜 나쁜 놈을 뽑는 제도이다. 그중 배제해야 할 가장 나쁜 놈은 은혜를 배신한 놈이다. 그런 놈을 가리켜 사람도 아니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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