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건설사, 서식지 인근에 아파트 개발 추진
수곡동쭻모충동쭻송절동…또 짐 싸야 하나?
“사람·백로 공존 공간 조성해야” 목소리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백로서식지가 아파트 개발 추진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백로서식지가 아파트 개발 추진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충청매일 최재훈 기자]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일원에 8천㎡에 달하는 백로 서식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곳은 숲이 우거지고 미호천으로 흘러드는 무심천 하류에 인접한 곳으로 천적이 없고 먹이 활동이 쉬워 백로 2천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백로는 매년 3~5월에 날아들어 여름을 난 뒤 9~10월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날아간다. 일부 백로는 텃새화돼 사철을 이곳에서 서식하기도 한다.

충북도는 2001년 이 일대를 꼭 가봐야 할 충북의 자연환경명소 100선으로 지정했고, 청주시는 2010년 6월 송절동에 백로 서식을 알리는 안내판을 세웠다.

그러나 이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개발이 추진을 계획하고 있어 백로가 갈 곳을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14일 청주시에 따르면 최근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백로서식지 일원 8천㎡에 A건설사가 아파트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곳의 백로는 청주TP 개발이 시작된 이후 서식지를 2차례 옮겼는데, 그 과정에서도 각종 민원이 빗발쳤다.

백로는 2012년 청주시 서원구 수곡동 청주남중 인근 잠두봉으로 날아들기 시작해 2015년 봄부터 개체수가 급격히 늘었다.

악취와 소음으로 학생들이 수업에 지장을 받자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섰고, 결국 청주시는 그해 9월 잠두봉의 소나무 120그루를 베어버려 백로 서식지를 없앴다.

백로떼는 이듬해 봄 잠두봉에서 1㎞가량 떨어진 서원구 모충동 서원대 여학생 기숙사 인근 숲에 둥지를 틀었다.

이곳에서도 개체 수가 1천여마리에 달하면서 기숙사 학생들과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여름에 창문도 열지 못하는 등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시는 또 다시 이 숲을 간벌해 서식지를 없앴고, 터전을 잃은 백로떼는 2017년부터 송절동의 원래 서식지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시는 지난 7월에는 백로 서식지 주변 주민들로부터 악취, 소음 등의 피해 호소와 함께 서식지 정비 요구가 잇따라 정비를 진행하는 등 백로와 주민들의 공생을 위해 노력 중이다.

아파트 개발이 추진될 경우 백로는 터전을 잡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고 수목 간벌을 통해 백로 서식지를 없애는 일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이곳은 7㎞ 떨어진 곳에 청주국제공항으로 인해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현행법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백로 서식지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지 않고 공원으로 지정해 백로와 사람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이성우 사무처장은 “청주의 백로는 먹이활동을 하는 무심천을 중심으로 서식하고 있다”며 “풍선효과처럼 한 곳을 막거나 훼손하면 다른 곳에 서식지를 마련하는 만큼청주시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주택 단지 등을 무분별하게 개발할 게 아니라 백로 등 생물의 서식 공간을 적절하게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