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격차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내놓은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평가 결과 ‘학력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 학생 비율은 전년도와 차이가 없었지만 중위권은 줄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늘었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업성취도평가는 전국의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3%를 표집해 실시된다. 지난 6월 교육부의 평가 결과 보고 때는 ‘보통 이상’과 ‘기초학력 미달’로만 분류했던 것과 달리 평가원은 학습 수준을 4단계로 세분하고 분석해 각각의 비율을 공개했다.

평가원 분석을 보면 지난해 평가에서 고등학교 수학 과목은 ‘우수’에 해당하는 4수준 비율이 29.0%로 전년(29.3%)과 비슷했다. 하지만 ‘보통’인 3수준은 31.8%로 전년(36.2%) 대비 4.4% 포인트 줄었고, ‘기초학력 미달’인 1수준은 13.5%로 4.5% 포인트 늘어 교육 격차가 커졌음이 확인됐다. 그나마 ‘기초’인 2수준 비율은 25.7%로 전년(25.5%)과 비슷했다.

영어 과목은 4수준(37.1%)과 2수준(14.7%)이 전년 대비 각각 2.9% 포인트 줄고 1수준(8.6%)은 5% 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이도 지역별로 들여다보면 대도시에서는 수학이나 영어 모두 4수준 비율이 전년보다 소폭 증가하거나 비슷했다. 반면에 읍·면 지역은 중·하위권인 2·3 수준 비율이 높았다. 등교 일수가 부족해도 사교육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대도시의 여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등교에 차질을 빚으면서 원격수업이 많아졌다. 원격수업은 대면수업과 달리 공부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대면수업에서 큰 문제가 없었던 학생도 원격수업은 따라가기 힘들 수 있다. 교육내용을 이해하지 못해도 질문하거나 도움을 청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정환경이 좋은 학생은 원격수업에서 오는 교육 결손을 사교육으로 해결하는 모양이다. 코로나 이후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 오히려 늘어 실제 개인 과외나 소규모 그룹 과외가 성행이라고 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역, 가정경제 간 격차가 학력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은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도, 농촌 소도시에도 공평해야 한다. 교육단체들은 “학력 양극화가 고착화되면 학생들은 흥미와 자신감, 자기효능감을 회복하기 어려운 지점에 봉착하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육 평등이 멀어지면 미래사회에 더 큰 불행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저소득층과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읍·면 지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학력 양극화와 학력 저하에 대한 심층 연구와 더불어 특단의 맞춤형 공교육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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