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칼럼] 미화부장 인과(因果)
[김병연 칼럼] 미화부장 인과(因果)
  • 충청매일
  • 승인 2021.09.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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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청주예총 부회장

대부분의 요즘 아이들은 참으로 똑똑하다. 일곱 살 된 외손녀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지나 총명한 지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거기에 비하면 나는 초등4학년이 되어서야 한글과 구구단을 겨우 익혔으니 ‘나머지공부’는 매일 맡아 논 단골이었다.

그러다 보니 형들에게는 천덕꾸러기요, 학교친구에게는 ‘등신(等神:바보)’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초등학교시절 추억이래야 자존심이 상하고, 가슴 아픈 추억들만 무성하였다. 그 가운데 어제의 일같이 생생한 추억이 하나가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6학년에는 학생회에 필자가 ‘미화부장’이라는 ‘감투’를 쓰게 되었다. 학생회가 열렸다. ‘건의사항’으로 “학생 화장실이 너무 낡아 화장실 뒷벽이 허물어져서 구멍이 나서 여학생들이 화장실을 보려면 큰 곤혹을 치른다.”는 내용이었다. 화장실을 수리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에는 누구나 공감하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누가(?)’ 할 것인가?! 바로 ‘미화부’에서 해야 된다고 결론이 났다. 그 책임은 당연히 미화부장인 필자의 몫이 되었다.

‘미화부원’이래야 다섯 명인데, 두 명은 여학생이고 남학생이 세 명뿐이다. 하기는 꼭 해야겠는데 일할 사람은 세 명뿐인데, 한 명은 ‘난 못 하겠다’며 오리발을 내민다. 한 학년 아래인 ‘석하’라는 친구만은 고맙게도 ‘형이 하면 함께 하겠다!’고 한다.

‘석하’와 ‘나’ 둘이서 토요일 오후에 화장실 벽 바르는 작업을 착수했다. 뒷산에 가서 황토흙을 파서 ‘산태미’에 담아 옮기기를 3번! 짚을 ‘작두’에 썰어서 흙과 섞어서, 물을 붓고 발로 밟아서 이겼다. 토요일 오후부터 시작하여 일을 끝내니 해가 어두웠다.

저녁을 먹으면서 “집안일은 안하고 어디 가서 뭐 했니?!”라고 형들이 묻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너는 등신(等神)짓만 골라서 하는 구나!” 화장실 냄새 맡으며 죽을 고생한 동생에게 돌아온 것은 ‘칭찬은커녕’ 꾸지람과 책망뿐이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들이나 친구들 그 누구도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석하’와 나를 두 명의 등신, 즉 ‘두 등신’으로 통했다. 지금 상식으론 도저히 믿기지 않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설화 같은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두 등신’의 ‘화장실’ 선행이 65년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공덕’으로 다가오는 것은 인과의 필연이다. ‘두 등신’은 지금까지도 둘 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그래서 진리는 영원하고 오묘(奧妙)하다고 하는가 보다.

나는 교사로서, ‘석하’는 기능직으로서 직책은 다르지만 함께 학교에서 봉직하다 퇴직하였다. ‘석하’는 타고난 천성이 천심이라서 주변으로부터 칭송이 자자하다. 둘은 지금도 ‘화장실’ 이야기하며 웃기도 한다.

‘인과’(因果)가 ‘역연’(亦然: 틀림이 없다)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모든 불행이 인과를 믿지 않기 때문에 비롯된다. 인과법을 몰라서 죄를 짓고, 인과법을 믿지 않아서 온갖 악업을 자행한다. 인과만 철저히 믿어도 근심과 걱정, 불안과 공포에서 해방 될 수 있다. ‘인과(因果)역연(亦然)’이라! 사회 지도층이나 정치인들에게 간곡히 호소하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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