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영 / 충북도 재난안전실장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39년 공직생활 마감
“밤 12시 이전 귀가 손에 꼽아…치열하게 생활”
단 3일만에 공장 허가 처리…적극행정 선구자
정년 3년 남기고 퇴임…“증평군 발전 위해 봉사”

[충청매일 최영덕 기자]

‘9급 공무원 신화’를 이뤄낸 이재영(57·사진) 충북도 재난안전실장.

이 실장은 9급 지방 행정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지방 이사관(2급)까지 충북에 청춘을 다 바친 산 증인이다. 정년퇴직까지 3년여를 남긴 그는 이달 말 명예퇴직으로 39년의 공직생활을 정리한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공직생활 기간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쉼 없는 삶을 달려 온 이 실장의 소회는 남다르다. 이 실장의 공직생활에 대한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9급 공무원들의 신화’

1983년 괴산군 증평읍에서 공직생활 발을 들인 이재영 실장은 1991년 충북도로 전입, 총무팀장과 도지사 비서실장, 증평군 부군수, 도 정책기획관, 바이오산업국장, 재난안전실장 등 사업부서는 물론 도정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행정 최전선까지 두루 섭렵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능력과 추진력으로 9급부터 2급 이사관까지. 지방행정 공무원들의 꿈을 이뤄냈다.

이 실장은 “요직 부서에서 승승장구 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공직생활은 치열했다”고 소회했다.

“공직에 발을 들여 밤 12시 이전에 집에 들어간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치열하게 생활했다”는 그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 그것이 도민과 주민들을 위해 최우선이었다는 것”이라고 자부했다.

 

▶‘20여년 앞선 적극행정’

이 실장의 공직생활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적극 행정’의 표본이 된 것을 꼽았다.

1990년대 정보화산업이 발달하면서 지역에도 중소기업 창업 붐이 일었다. 지역에 공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이 실장이 이를 담당했다.

당시 기업들은 지역에 둥지를 트려고 하는데 공직사회에서는 허가 절차가 까다로웠다고 한다. 한 컴퓨터 회사가 공장 허가를 받으려 하는데 3일내 처리하지 못하면 대출을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절차대로라면 처리기간이 60일 이내였지만 이 실장은 발 빠르게 움직여 3일 내 처리해 줬다. 이 일로 감사원에서 적극행정 대표적인 예로 전국에 우수사례로 전파됐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인 ‘적극행정’은 2009년 감사원이 공직사회 면책제도로 도입했다.

20여년 앞서서 이 실장은 이 제도의 ‘적극적 문제 해결자’를 자처한 셈이다.  

 

▶‘고민하고 치밀해야’

함께 일하고 성장해 온 후배 공무원과 동료에게 이 실장은 “공직생활을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는 것은 후배들과 동료들이 도와주고 잘 따라와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실장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세대상이 바뀌다 보니 일과 생활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공직사회는 현장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가장 앞에 서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그는 “공직이 내가 존재하는 목적이 아닌 도민과 주민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은 자기 절제와 희생이 필요하다. 자기업무에 고민하고 치밀해야 도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며 “공무원이라면 사명의식을 가져야 한다. 내가 소홀히 하면 그 피해는 바로 도민에게 간다”고 조언했다.

 

▶‘지역 발전을 위해 봉사’

정년퇴임이 3년이나 남은 시점 명퇴를 결정하는 큰 용기를 낸 이재영 실장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적절한 시점에 추진하기 위함”이라며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마땅히 희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 신분인 현재 명확하게 말할 수 없지만, 기회가 되면 공직생활을 통한 소신과 책임감, 도정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증평군을 위해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실장이 제2의 인생 시작으로 내년 지방선거 증평군수 출마 결심을 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2017년 증평부군수로 재임하면서 군정을 경험했다. 지역의 굵직한 현안은 물론이고 지역주민들과 원활하게 소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또 “이시종 지사를 모시며 공직 철학과 업무 등 많은 것을 배웠다”며 감사함도 빼 놓지 않았다.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이 실장은 가족, 특히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한다.

이 실장은 “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은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일에 몰두했다. 가족의 배려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재임 시 특유의 외유내강 리더십과 창의적 혁신정책 창출로 충북을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됐다는 게 후배 공직자들의 전언이다.

그는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며 동료와 후배 공직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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