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게 뭘까? 그런게 있기는 할까? 허기가 반찬이라고 음식이 맛있어지는 비결이 배고픔, 허기란 우스개소리도 있다. 입맛은 주관적일 수 있다. 모두에게 맛있는 음식이란 없겠다.

사람마다 다르고 민족마다 다르다. 그러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건 없겠다.

맛있게 오래 기억되는 음식은 누군가와 함께 먹었거나 누군가와 관련되어 떠오르기도 한다.

먹는 게 부족했던 시절에도 동네잔치가 있는 날은 온 동네가 만들고 동네 사는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서로 챙겼던 그런 시절이 있다. 잔치음식콧물 반 눈물 반이라서 맛있다는 잔치국수와 아이들이 과방을 기웃거리며 한두개씩 얻어먹는 한과도 그것이다. 잔치자리에서 동네 사람들이 어울려 먹고 난 뒤에는 동네 사람의 보호를 받으며 연명하는 약자에게 갔다.

아프거나 다른 이유로 잔치자리에 끼지 못하는 이들에게 음식을 날라다 준다. 그러니까 한 동네의 누구네 잔치는 진짜로 동네 잔치가 되던 시절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먹을 게 풍부해진 지금은 이런 인심이 작동하지 않는 문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오게 모라의 ‘할머니의 식탁’은 그런 기억을 소환해 낸다. 도시에서는 음식을 많이 장만하기가 힘도 들고 불필요하기도 하지만, 이야기 속 오무 할머니는 우선 손이 크다. 할머니가 커다란 냄비에 끓이는 걸쭉한 스튜는 양도 양이지만 냄새부터 요란하게 사람들을 자극한다.

그 냄새는 집안을 벗어나 어느새 문밖으로 거리로 퍼져나간다. 이웃 사람들은 냄새의 진원지를 금세 알아차린다. 냄새를 따라 사람들이 몰려오면 할머니는 선뜻 스튜를 나누어 준다.

냄비는 금세 비워지고 할머니가 스튜를 먹으려 하지만 냄비는 텅 비어 있다. 할머니가 아쉬워하며 앉아있을 때 노크 소리가 나고 아까 스튜를 나누어 주었던 사람들이 모두 서 있다.

스튜가 없어 더 이상 못 준다고 하자 사람들은 그들이 가지고 온 샐러드, 치킨, 케이크 등을 내민다. 오무 할머니의 냄비는 비었던 만큼 커다란 행복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

자신이 먹으려고 끊인 음식이지만 자기 허기를 순간적으로 까맣게 잊고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나누어주는 할머니다. 할머니와 이웃들, 이웃들과 할머니, 이웃사람들끼리의 연대가 이렇게 서서히 생겨나겠다.

그림책은 할 이야기가 많다는 듯 속지부터 펼쳐지는 그림에 풍성한 이야기를 담는다. 화려하고 시원시원한 그림과 구성이 할머니의 깊은 정을 잘 드러내는 것 같다.

모두가 힘겨운 요즘 음식을 통한 나눔은 가능할까. 한 개인의 이야기가 이웃과 사회에 스며드게 가능할까. 그림책의 방식을 따르자면 일부를 나누면 더 다양한 것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뭔가를 나누는 일은 삶을 나누는 것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나누는 삶은 어떤 방법보다 현명하고 경제적인 것 같기도 하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며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로 향한다면 아름다운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어린 아이에게는 자기 젊음으로 혈기가 방장한 엄마보다 할머니는 더 푸근하고 덜 급하다. 사회에도 이런 어른들이 많으면 좋지 않을까.

할머니는 살아온 세월만치 스튜도 많이 끓여보았을 것이고, 맛도 낼 줄 알며 나누기도 하는 경험많고 마음씨 좋은 존재로 그려진다. 할머니 스튜처럼 사랑은 앞뒤로 흘러넘쳐도 좋겠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