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문법은 최대한 간단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법이 어려워서 좋을 게 하나도 없습니다. 글이란 백성이 간편히 쓰자고 만든 것이니 그 이념에 따라서 최대한 간편하게 하면 됩니다. 예컨대 사잇소리가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지역에서 사잇소리는 지역에 따라 지켜지기도 하고 안 지켜지기도 합니다.

사잇소리란 우리말이 만날 때 두 말 사이에 시옷이 들어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컨대 <시내>와 <물>이 만나면 <시내물>이 아니라 <시냇물>이 된다는 것이죠. 느닷없이 시옷이 하나 나타납니다. 이런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깍지손>의 경우에는 <깍짓손>이 표준어인데, 실제로 활터에서는 <깍지손>이라고 말합니다. 말을 쓰는 사람들이 사이시옷을 빼고 쓰는 것이죠. 이것을 틀렸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사이시옷이 빠진 채로 쓰는 말들이 시골로 갈수록 많습니다. 원래 표준어라는 게 나머지가 틀린다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닐 겁니다. 여러 가지 현상이 있을 때 이것을 표준으로 삼자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맞춤법의 표준어는 다른 모든 것을 틀렸다고 규정지어버립니다. 이것부터가 잘못인데, 그것을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사이시옷의 경우, 이게 우리 말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을 글로 나타낼 때 생기는 문제입니다. 물론 원칙을 지켜서 그렇게 쓰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낱말마다 헛갈릴 정도로 심하다면 다양성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됩니다. 예컨대 <시냇물>이라고 적어도 <시낸물>이라고 읽고, <시내물>이라고 적어도 <시낸물>이라고 읽는다면 사이시옷을 써도 좋고 안 써도 좋다고 둘 다 허용하는 것입니다. 이게 아니면 저것이라고 죽자사자 달려들어 지켜야 할 만큼 우리 말 뜻을 전달하는 데 그렇게 중요하단 말입니까? 규정을 좀 느슨하게 하면 '논리' 상으로는 좀 허술해보여도 일상생활에서 쓰기는 편한 점이 있습니다. 규정 때문에 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낱말 하나를 고르는 것과,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편하게 쓰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우리를 편하게 하고, 문법 본래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원칙을 지키면 논리상 간편하고 모양도 간단해지지만, 그것이 강하면 일상 생활에서 불편한 수가 생깁니다.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자를 쓰는 백성이 될수록 편한 방향으로 국어 체계가 잡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사이시옷 같은 문제는 아쉬움을 많이 남기는 영역입니다. 그렇게 악착같이 매달려서 규칙을 지켜야 하나?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논리는, 일견 그럴듯하지만, 문법에서는 한 번 더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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