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아침에 눈을 뜨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사건 사고들에 무디어지기도 했지만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제발 이번만은 아니겠지 하고 부정하려 하지만 여지없이 확연한 사실로 밝혀져 마음을 후벼파는 소식, 바로 아동학대 이야기다. 가장 축복받고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약자에 대한 폭력은 이 사회라는 공간에 같이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어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씩씩해요>의 작가 전미화 작품<달 밝은 밤에>에서 작가는 어떻게 그들을 위로하는지 살짝 들여다보자.

아빠는 늘 술에 취해 비틀거린다. 그런 아빠를 부축해야 하는 나. 그런 아빠를 보며 엄마는 한숨만 쉰다. 그럴 때 나는 달을 본다. 밥 대신 술을 먹는 아빠. 술은 아빠를 웃게 만든다. 빈 술병은 늘어만 가고 아빠는 드디어 집에 있게 된다.

 엄마는 멀리 일하러 떠난 밤 아빠는 멍청한 얼굴로 술을 먹지 않겠다며 엄마를 데려올 거라 말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달 밝은 밤은 계속된다.

이젠 달과 친구가 된다. 엄마가 매달 보내는 생활비는 나에게 위로가 안 된다. 곧 데리러 온다던 엄마의 말도 술을 끊겠다는 아빠의 말도 이젠 더이상 믿지 않는다. 행복한 가족의 기억은 찢어버린다. 그리고 나를 믿기로 한다. 달과 함께 지내며……

너무 마음이 아플까봐 작가는 앞표지와 뒤표지에 걸쳐 노랗고 커다란 달을 그려 배려를 했을까? 결손가정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버려지고 학대받고 굶주리고 폭행당하는 아이들, 곁에 있어도 아이에겐 학대 이상의 존재로 남아있는 부모들. 내 아이가 아니니까 내 아이만 무사하면 되니까는 아닌 세상이 되어버렸다.

달은 한 달을 주기로 변하면서 모양을 바꾸지만, 그 모양에 상관없이 늘 곁에 있어 주고 밝은 빛을 내주며 아이를 지켜준다.

인면수심의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입양을 해서, 동생의 아이를, 많이 운다고, 신생아를 바꿔서, 재혼에 방해가 되어서......

너무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와도 무슨 말이든 해주고 건네주어야 한다. 아니 더 이상의 희생은 막아야 한다. 아이들은 그 사회의 해요 달이다. 해와 달이 없는 현실은 어둡고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전부다. 조금의 의심도 못 한다. 엄마 아빠의 갈등은 아이들에겐 전쟁보다도 그 어떤 무서움보다 더한 공포다.

작가의 작품에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려야 하는 아이들이다. 가혹하리만큼 짐을 지고 외롭게 홀로 걸어가는 가엾은 아이 어른. 최선이 아니라 차선일지라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는 그 아이들이 짊어진 짐이 너무 버겁지는 않은지 발걸음이 지쳐있지는 않은지 관심을 두자. 엄마 아빠 어른들을 못 믿겠으니 스스로 살아낼 방법을 찾아냈다.

그 아이의 가슴에 찾아든 희망의 빛을 가리려는 세상의 모든 것들에 저항하자. 간접적인 방법도 좋겠고 늘 그들을 향해 가슴을 열어두어 더이상 이 세상의 해와 달인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일은 없어야겠기에 간절하게 계속되는 작가의 말에도 공감과 공존의 박수를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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