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형사재판을 앞둔 피고인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것은 구속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입니다. 요즘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상담과정에서 심심치 않게 A.I.의 형량예측이 이런데 어떠냐는 얘기를 듣게 됩니다. 형량을 A.I.로 미리 예측한다니 기술의 진보이고 그 진보앞에 두려움을 사라질 것이라 보아야 할까요? 아닙니다. 솔직히 피고인의 두려움을 악용하는 사기적 행위에 가깝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과학이 갖는 객관성, 정확성이라는 일반화된 평가를 통해 피고인의 두려움을 파고드는 근거가 전혀 없는 ‘점쟁이’에 불과합니다.

도대체 형량을 어떻게 예측하는지 구체적인 알고리즘을 알지 못하기에 그 알고리즘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굳이 그 알고리즘을 알지 못하여도 그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라는 충분한 근거가 있기에 ‘사기적 행위’라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 충분한 근거가 무엇일까요?

자 우선 피고인의 형량을 결정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절차가 무엇일까요? 바로 재판을 통해 현출되는 충분한 ‘증거’이고 그 증거가 나타내는 객관적인 내용입니다. 그 분석의 결론은 여러 가지로 예측될 수 있겠지만 그 분석을 생략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A.I.의 형량예측은 이 증거에 대한 분석의 절차가 전혀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바로 ‘불가능’한 것입니다.

또 형량과 관련하여 정량화된 분석 도구가 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A.I.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방식은 과거의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이를 정량화라는 분석도구로 변환한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지 스스로 법관처럼 추론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보기에는 아쉽게도 양형과 관련하여서는 검증가능한 분석 도구 자체가 축적될 수 없습니다. 왜 일까요? 바로 판례가 이를 스스로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 재판에서 형을 정하는 양형관련 판단이유를 살펴보면 유무죄와 달리 여러 가지 요건을 두루 고려하여 형을 정한다는 취지로 몇 줄 적혀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것은 불성실하다는 의미가 아니고 그간의 오랜 경험과 기록이 나타내는 피고인의 여러 조건을 그냥 정말 열심히 고려하니 이게 맞겠다라는 판단의 방식이 굳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쉽게도 A.I.의 입장에서는 그간의 판례를 아무리 축적해도 구체적인 판단이 이루어진 분석 도구를 정립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 분석 도구가 없으니 ‘과학적’예측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노련한 형사전문변호사들도 양형과 관련해서는 그간 사건에 대한 경험, 법원의 추세 등을 고려하여 직관적으로 형을 예측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A.I.의 형량예측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후발적으로 맞기는 합니다. 구속되지 않는다고 선제적으로 예측을 한 것이 아니고 판단이 그렇게 나오다 보니 맞았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건 과학적인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입니다. 모든 범죄의 형량을 대수의 법칙에 맞추어 보면 정규분포를 그릴 수밖에 없고 누군가는 구속되고 누구는 되지 않기 때문인 것이지요. 물론 과거에도 두려운 피고인은 점쟁이를 찾았던 것처럼 A.I.를 찾는 사람도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전문가로써 걱정하는 부분은 불가능한 예측을 신뢰하여 본인 스스로 문제 없으리라 판단하여 적극적인 방어를 하지 않아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반대로 지레 방어를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A.I.의 형량예측은 심심풀이 점 보기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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