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지금 우리 사회는 분노에 차 있는 것 같다. 정치권에서 대립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매일 쏟아지는 뉴스에 즐거움이나 행복 보다는 짜증과 화를 더 많이 느낀다.

세상살이가 화나는 일만 있지는 않을 터인데 말이다. 자극적인 뉴스거리를 생산하기 위한 언론의 행태도 한 몫 거든다. 점심시간에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도 사건, 사고, 정치 등의 밝지 않은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나의 마음이 우울하고 짜증나고 때론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나의 일도 아닌데 화가 나고, 그 화는 때로 하루 종일 남아 있기도 한다.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법무부 차관의 우산의전 뉴스를 보고 한편에서는 황제의전이다, 고압적인 태도다, 현 정부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고, 국민들은 분노했다.

필자도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든 사진을 보고 너무나 황당하고 짜증이 났다. 지금이 어느 시국인데 저런 짓을 한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 없는 사람이라도 저런 행동을 요구하지 않을 터인데 왜 그랬을까? 의문이 들었다. 결국은 법무부 차관의 요구가 아니라 이 광경을 보도한 기자들의 짓이라는 것이 알려졌고, 필자는 안도감과 함께 또 화가 치밀었다.

기자들의 법무부 직원에 대한 갑질에도 화가 났고, 가짜 뉴스로 국민을 속였다는 것에도 분노가 났다. 그리고 이런 만들어진 뉴스거리에 속절없이 당해야만 하는 현 언론체계에도 싫증이 느껴졌다.

그나마 이번 일은 진실이 곧 드러나서 다행이지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가짜 뉴스에 속아서 우리가 분노했겠는가? 진실을 밝히는 어려운 결정을 해준 충북의 한 기자께 감사한 마음이다.

직장이나 개인적 관계에서도 오해나 성급한 마음으로 생기는 분노가 많다. 소식을 전하는 사람의 태도에서도 오해는 발생한다.

있는 사실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자의 감정까지 전해지기 때문에 영향을 받게 된다. 필자는 어떤 마음의 결정이 들면 기어코 행동하는 성격인데, 이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되고, 오해를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화가 난다. 나의 마음과 진심은 그것이 아닌데, 왜 나를 오해하느냐고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그런데 결국 이러한 오해는 당사자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다. 자신의 결정과 행동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당사자가 만들어 낸 것이고, 그의 행동에 왜? 라는 질문을 하지 않은 상대가 합작한 것이다.

거짓은 언젠가 드러나게 된다. 그런데 그 거짓으로 생긴 오해와 상처는 꽤 오래 가거나 끝내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일들을 많이 겪은 후 깨달은 것이 있다. 당장의 마음이 아니라, 왜? 라는 질문을 먼저 한 후에 내 마음을 정하자는 것이다. 왜 그랬는가? 무슨 이유가 있나? 라고 가능한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화나는 기분에 쉽지는 않지만 ‘무슨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면 다소 차분해진다. 그리고는 찾아가서 물어본다. 물론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 결과는 의외로 매우 크다. 때로는 오해로 영원히 등지고 살았을 수도 있는 사람과 오히려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분노하는 것이 어쩌면 진실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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