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 충북도 농정국장

 

‘지구 온난화’를 넘어 ‘기후 위기’라는 표현이 더욱 적합한 세상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향후 20년 이내에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3년 전 예측치보다 12년 앞당겨진 것으로 그만큼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제사회는 지난 1997년 12월 지구 온난화에 대비하고자 교토의정서를 결의한 바 있다. 그런데도 지구 온난화는 계속 심화해 기후 위기 수준까지 이르게 됐고, 결국 2015년 12월 12일 195개 유엔 당사국 모두가 참여해 더욱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하였다. 전 세계가 인류의 지혜와 공감대로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온의 여파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각종 재해를 일으키고 있다. 호주에서는 산불이 6개월 동안 지속해서 발생했고, 이로 인해 전체 산림의 20%가량이 사라졌다. 북미 캐나다 지역에서는 지난 6월 이후 열돔 현상에 의해 50도 가까이 오르는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미국 오리건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연말은 되어야 진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지구는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기후 위기 속에서 특히나 걱정되는 것이 식량 문제다. 이상 기후로 인해 세계 곳곳의 곡창지대가 각종 재해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고, 이로 인해 세계 곡물 가격의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또한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서 매월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 역시 지난해 5월 91에서, 올해 7월 123으로 꾸준한 상승세에 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계속된 식량 불안정이 기후 위기의 영향으로 인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양상이다.

UN에 의하면 2050년 전 세계 인구수는 100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물과 경작지가 인구 대비 포화 상태에 접어들어 전 세계 50% 이상이 식량부족 국가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사료용 제외)은 2019년 기준 45.8%에 그치고 있고, 글로벌 식량안보지수(GFSI) 역시 29위로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해당한다. 우리는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언제든지 글로벌 식량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음을 경험한 바 있다. 따라서 이제는 식량 수급 불안정을 넘어 식량을 위기로 인식하는 개선된 정책 방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최근 식량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식량 위기 대안들이 있다.

첫째는 식량 콤비나트(곡물과 식품 종합가공유통기지) 구축이다. 해외 수급망을 확보하고 원물을 국내로 들여다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인 후 수출하는 한국형 사업 모델로 경제성 확보가 관건이다.

둘째는 식량 비축기지 확대이다. 식량 자급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쌀, 콩, 밀 등을 중심으로 비축기지를 확대하여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관 능력을 높이는 방안이다.

그리고 셋째는 국내 식량산업의 정책적 육성이다. 식량산업종합계획을 수립해 식량을 더욱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생산·유통·가공하고 관리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러한 대응 방안 중 가장 우선 실행 가능한 것은 식량 비축기지의 확대이다. 충북은 국토의 중심에 있고 재해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이다. 식량 비축기지 입지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충북에 대규모 식량 비축기지를 건설한다면 식량 위기에 가장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를 미리 대비하고 슬기롭게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식량 위기 역시 먼저 할 수 있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중앙정부를 설득해 식량 비축기지 건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도 자체 식량산업종합계획 수립을 통해 충북이 우리나라 식량 위기 극복에 선도적 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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