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자유란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로 인간이 사회생활을 영위함에서 절대 불가결한 권리, 즉 천부적 인권에 속한다. 이 자유를 지켜주어야 할 국가가 국민을 버리고 국민의 자유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지금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고 있다.

미국의 독립과 프랑스 혁명 이후 근대 자유주의 사상은 개인의 자유를 지키는 일이 국가의 임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 의무와 임무를 지키지 못하는 모습을 우리는 연초부터 보고 있다. 미얀마는 올 2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군부가 아웅 산 수 치 국가고문과 집권당 소속 정치인을 대거 잡아 가두었다.

이후 지금까지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에 따르면 반군부 시위에 대한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8월 현재 940명이 사망했고, 5천444명이 구금되었다고 한다. 일반시민들은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면서 자신들의 국가보다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2010년 대지진으로 22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30만 명이 부상당한 아이티는 지난 8월 14일 7.2 강진으로 또다시 1천300여명이 사망하고 6천여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지난달 발생한 초유의 대통령 암살 사태 이후 계속되는 국정혼란 속에서 연이은 악재에 대하여 아이티 국민은 국가가 우리를 버렸다고 한다. 2010년 대지진에 대한 막대한 국제적 지원은 피해자가 아닌 지배자의 뱃속에 들어갔고, 그 결과는 재앙의 불행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여 년간 미군의 주둔으로 명맥을 이어왔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지난 8월 15일 탈레반에게 정권이 넘어갔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기 전 가니 대통령과 정치인과 고위 관리 200여 명은 카불을 탈출하였고, 정부군은 도망을 가서 국경을 넘고 있다. 이를 본 시민들은 “우리 정부군이 도망가고 있어, 다 도망갔어!”를 외치는 목소리만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지금 전 세계에는 국가가 국민의 자유를 지켜주지 못하여 난민으로 사는 사람이 2천59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신속한 지원이 필요한 숫자만 14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지속하고 있는 코로나 19와 함께 이들의 숫자는 올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자유 대신에 생존을 위한 의식주의에 매달려야 하는 인류가 늘어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가가 정치적 혼란 속에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국민을 버린 나라들의 공통점은 모두 국가가 국민의 것이 아니라 지배자들의 것이 된 나라들이다. 나라 곳간은 텅 비었지만, 고관들의 곳간은 가득 차있다. 두보(杜甫)가 이야기한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 나라는 부서지고 강산만 남아있다.) 속에서도 이들만 자유를 가진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로부터 어떠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우리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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