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근래 들어 미호천이 수상하다. 미호천은 충북 음성군 망이산성에서 발원해, 음성군, 진천군, 청주시를 거쳐 세종시에서 금강 본류와 합류하는 89.2km의 큰 하천이다. 조선시대에는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렸고, 미호천 중간 부분까지 나룻배가 드나들었다고 한다. 지금의 세종시 지역의 미호천은 동진강으로도 불렸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호천에서 물놀이를 했고, 모래톱이 넓게 분포하는 아름다운 하천이었다.

그러던 미호천이 최근 10년 사이에 수질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 수질 Ⅱ등급(약간 좋음: BOD 3.0mg/L 이하)이었던 것이 Ⅲ~Ⅳ등급(보통~약간 나쁨)까지 올라갔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문제가 되고 있었던 미호천 중류 지역뿐만 아니라 상류, 무심천, 병천천 등 대부분의 지류 하천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질과 관련한 물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에서 여러 정책과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개선되기는커녕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우선, 미호천에 대한 지역의 관심이 적다. 적은 수준이 아니라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80년대까지만 미호천은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는데, 지금은 도심지역의 하천 이외는 관심 밖이고, 관심을 두기도 어렵다. 당연히 행정에서도 후 순위로 밀리게 된 것이다.

지역의 관심 다음으로 큰 원인은 미호천 유역이 감당해야 할 짐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충북은 면적의 60% 이상이 댐 상류에 포함된다. 댐 상류는 각종 규제가 많기 때문에 개발에 한계가 있고, 그래서 미호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수도권과도 인접해있다. 이로 인해 미호천 유역이 충북도에서 차지하는 사회·경제적 위상은 매우 크다. 인구의 65%, GRDP의 72% 이상이 미호천 유역에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산업단지와 축산 시설도 미호천에 밀집해 있다. 이러한 개발은 당연히 수질을 악화시키는 오염물질을 발생시키고, 고스란히 미호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미호천의 수용능력을 한참 넘어섰다.

하천 중간중간에 설치돼 있는 보(洑)는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고이게 한다. 고인물은 당연히 썩고, 수질과 수생태는 나빠진다. 그렇다고 농업용수를 위한 보를 쉽게 철거할 수도 없다. 현 정부에서도 하천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불필요한 보를 철거하는 정책방향을 세우고는 있으나, 실행이 쉽지 않다.

미호천을 답사하면서 발견한 다른 원인도 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곳곳에 불법 폐기물(음식물, 가축분뇨 등) 매립, 생활 및 건설 쓰레기 투기, 농업폐기물 소각 등을 발견하곤 한다. 불법 행위가 벌어지는 현장을 목격하기 어렵기에 행정에서도 손을 쓸 방법이 없다. 그나마 동네 주민들이 알려주어야 찾을 수 있다. 동네 주민의 관심을 어떻게 다시 하천으로 돌리느냐가 관건이다.

그래도 미호천은 잠재력이 큰 하천이다. 청주, 대전, 세종이라는 큰 도시가 접해있고 수질만 좋아진다면 다양한 친수공간을 통해 떠났던 지역의 관심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자녀들에게도 하천에서의 물놀이를 돌려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 50년 뒤, 황새가 날아다니는 미호천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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