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인터넷 뉴스에서 매일 반복되는 기사 가운데 하나가 성범죄이다. 지난주에는 공군 성폭력 사망에 이어서 해군 성폭력 피해 여중사 사망 사건이 보도되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공군 성폭력 사망 이후 부대 내 처리, 2차 가해, 사건 은폐 및 조치 미흡 등을 지적하며 엄정한 수사와 함께 대대적인 병영문화 혁신을 지시했다. 똑같은 사건이 해군에서 발생하자 문 대통령은 격노하면서 한 치의 의혹이 없도록 국방부는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 내용을 보면 공군 사건과 다른 것을 볼 수 없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를 키웠다고 한다. 그러자 정부는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공직사회나 교육계에서 성범죄는 거의 해임이나 파면과 같은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래도 공직과 교육계의 성범죄는 반복되고, 기업이나 민간 부문은 아직도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무풍지대이다.

성범죄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한다. 정서적 장애나 어린 시절 성 의식 발달 장애, 복잡한 가정의 성관계, 왜곡된 성 의식, 약물복용, 가부장적인 사회문화, 성차별, 향락 문화, 성 윤리 교육의 부재 등을 그 원인으로 지적한다. 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형사처분, 전자발찌와 같은 감시제도, 신상공개와 같이 처벌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사법적 처벌은 사후적인 것으로 성범죄에 의한 인간의 존엄성 침해를 회복시킬 수 없다.

군의 성범죄 예방을 위해 병영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바람직한 사회의 성문화가 어떠한 문화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처럼 성범죄가 이슈화될 때마다 처벌을 강화하고 성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지만, 똑같은 사건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과학이나 문제의 해결에서 인간은 종종 환원주의 오류에 빠진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인간의 행동은 모두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하는 유전자 결정론이나, 모든 것을 인간의 원죄에 돌리는 종교적 신념과 같은 것이 이에 속한다. 이처럼 성범죄를 단순하게 강한 처벌 부재 또는 건전한 성 문화의 결여 탓으로 돌리는 것은 환원주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

다양한 성범죄에 대한 대응은 다양한 원인에 대한 대응과 예방이 요구되는 데 이를 처벌 강화와 추상적인 성문화 변화로 이야기하는 환원주의적 사고로 우리 사회의 성범죄를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성범죄가 지난 10년간 2배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성범죄가 증가한 것보다 성범죄에 대해 신고하는 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는 결과가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문화의 변화 속에서 성범죄 근절을 위한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먼저 환원주의 오류를 범하는 정책 결정자들의 사고부터 변화돼야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