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무릎 딱지’란 작품으로 아이들보다 어른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명콤비 샤를로트 문드리크와 올리비에 탈레크의 작품 ‘수영 팬티’는 참 재미있다.

주인공 미쉘은 아홉 살 아이다. 방학이지만 이사문제로 엄마를 떠나 시골에서 방학을 보내게 된다. 엄마도 아이도 처음으로 떨어지려니 슬프다. 밉지만 늘 곁에 있어 주던 형도 없다. 혼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 도착한 시골집, 첫째 날이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듯한 할아버지는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다.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고 무섭다. 엄마도 없고 게다가 아이를 괴롭히는 키 크고 힘이 센 사촌 형들도 내려온단다. 인생 최악의 여름방학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반에서 키가 제일 작고 이가 아직 하나도 빠지지 않았고 글쓰기를 어려워한다는 생활통지표. 아이는 누가 뭐래도 나약한 아이다. 전화가 없으니 매일 엄마한테 편지를 쓰자는 할머니의 제안에 마지못해 글 아닌 문장을 쓰고 지금의 자신의 처지를 곧이곧대로 쓰면 엄마는 당장 달려올 게 뻔하니 아이는 거짓말 아닌 선의의 거짓말로 편지를 쓴다. 셋째 날은 형들과 공모해 안 씻기 내기를 하고 어른들을 따돌리는 일을 벌인다. 물론 엄마에게는  세련되게 거짓말로 편지를 쓴다. 넷째 날은 안전모 안 쓰고 자전거 타기, 할아버지 비밀창고에 침입해 점프대를 만들어 위험천만한 자전거 점프 놀이도 한다.

다섯째 날, 미쉘네 집안은 아홉 살이 되면 3미터 점프대에서 뛰어내리는 전통의식을 치르는데 아이는 아직 그럴 수 없다. 게다가 난감하게도 엄마가 깜박하고 아이 것보다 세배나 커다란 형의 수영복을 챙겨 넣은 바람에 수영복이 벗겨진다. 사촌형들은 놀려대고 울고 싶지만, 꾹 참으려고 안쪽 볼을 깨문다. 할머니는 수영복에 고무줄을 넣어주겠다고 하고 너무 화가 나서 그날은 엄마에게 편지를 쓰지 않는다. 여섯째 날, 지난밤은 무시무시한 폭풍우가 몰려와 전기도 나가자 어른들도 무서워한다는 걸 알고 할아버지와 같이 밤을 보낸다.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의 자신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고 할아버지가 안 무섭다. 두 분이 잘 돌봐주신다고 자신있게 엄마에게 편지도 쓴다. 드디어 아홉살 인생의 무시무시한 숙제 3미터 다이빙을 하는 날이다. 가족들은 잊지도 않고 고무줄을 넣어 기저귀처럼 보이는 수영팬티를 건네며 재촉한다. 형들이 먼저 뛰어내리자 아이는 두려움과 핑계거리들이 있지만 눈 딱감고 뛰어내렸더니 순식간에 물속으로 떨어졌다. 할아버지가 축하해 주고 형들이 자기를 인정하는 느낌이다. 엄마에게 보내지 않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던 편지를 다시 읽어보니 정말 별로지만 엄마에게 꼭 쓰고 싶은 글이 생겨났다. 내년에도 올해와 똑같은 방학을 보내고 싶다. 나한테 꼭 맞는 수영복을 가지고 올 거라고.     

미쉘은 이런저런 일들을 겪어내면서 자라나 이제 훌륭한 사회 구성원이 되어있겠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낯설고 두렵고 괴로운 날들을 잘 통과해내고. 어른들은 좋은 시설을 만들어 주려고 분주해서 아이들과 함께 지낼 시간을 못내는데 정작 아이들은 시설이 아니라 즐겁게 지낸 시간을 기억한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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