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전 세계적으로 좋은 작품을 남긴 작고 문인을 조명하고 기리는 문학상 제정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만 해도 후세에 기리 남을 문학작품을 창작한 문인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하물며 아직 작고하지 않은 작가를 미리 선점했다 도덕성 등이 불거져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이미 작고하고 생애 동안 지식인으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삶을 살고 문학적 검증까지 끝났다면 관련 자치단체들은 지역을 홍보하기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인다. 문학상 제정은 물론이고 문학제, 문학관 등을 설립해 관광자원화 하거나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하는데 활용한다.

공초 오상순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며 등단 20년 이상의 시인에게 수여되는 ‘공초문학상’을 비롯해 ‘김수영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만해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이상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평론가인 팔봉 김기진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팔봉비평문학상’ 등이 있다.

이처럼 상이 제정된 문인들의 경우 이미 교과서를 통해 국민들에게 익숙해진 문인들이다. 시상 운영은 주로 언론사 및 출판사, 문학잡지사 등이 주관하거나 출신지의 자치단체가 주관하기도 한다. 자치단체가 주관할 경우 지방정부는 지원만 하고 운영은 별도의 운영위원회를 두거나 기념사업회 등에 위탁해 운영하도록 한다.

최근 충북 보은군 출신의 천재시인 오장환(1918∼1951)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08년부터 제정된 ‘오장환문학상’이 자칫 쪼그라들 위기에 처했다. 표면적으로는 전국시인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보은 출신의 시인들이 혜택을 보지 못해 보은군민에게 시상 기회를 줘 문학상을 활성화 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은군의 이같은 해명은 이해되지 않는다. 이미 오장환이라는 인물은 전국적 명성을 얻은 시인이며 1930년대 천재시인으로 서정주·김동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활동했던 문인이다. 보은 출신이라는 이유로 보은군에서 문학상을 제정하고 문학관을 만들어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출발이었다.

하지만 13년이 흐른 현재, 오장환문학상을 확장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상금을 대폭 늘리거나 시상 종류의 다양성을 꾀한다면 납득할수 있다. ‘보은군 오장환문학상 운영조례’ 제정을 새롭게 만들어 보은군이 직접 운영한다는 계획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공모자격을 변경한 조례 내용이 심상치 않다.

변경 내용의 핵심은 작품응모요건 중 기존의 전국단위 대상에서 보은군내 1년이상 거주자와 출향인사에 한정한다는 것이다. 전국을 대상으로 공모했을 때와 비교하면 관심은 당연히 줄어들고 권위는 축소될 수 밖에 없다.

보은군민의 관심을 활성화 한다는 보은군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차라리 유권자를 의식한 군수의 치적쌓기 위함이라는 게 솔직한 답변일 수 있다.

오장환문학상 시상은 오장환의 세계관을 문학 속에서 실현하는 일이며, 한국의 역사를 여러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출발점이었다는 상징성이 있었다. 한국문학의 거대한 줄기 속에 있는 ‘오장환시인’을 보은군이라는 한정된 지역에 가두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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