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충청매일] 어떤 책을 소개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이 떠올랐다. 저자는 여행을 하다 우연한 계기로 인생의 전환점이 될 반려동물을 만나게 된다. 그 동물은 특이하게도 ‘펭귄’이다. 주인공이자 저자인 톰 미첼은 펭귄을 구조했던 시기부터 펭귄의 마지막까지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는데, 우리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 ‘펭귄’ 한 마리로 인해 특별해진다.

첫 만남은 썩 좋지 않았다. 휴가를 즐기러 우루과이로 간 톰은 해변에서 기름과 타르에 의해 전멸된 수천마리의 펭귄을 목격하고 그 중 힘겹게 살아있던 펭귄 한 마리를 구조한다. 펭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그는 대담한 용기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만으로 펭귄을 깨끗이 씻겨주었다. 톰의 의도를 알지 못한 펭귄은 처음에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이후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을까? 금방 고분고분해진 덕에 수월하게 목욕을 시키고는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둘의 인연은 여기서 쉽게 끊이지 않았다.

펭귄은 바다로 돌아가지 않는다. 계속 톰을 졸졸 따라다녔기에 어쩔 수 없이 톰은 자신의 직장인 학교로 펭귄과 돌아왔다. 톰은 펭귄에게 ‘후안 살바도(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의 기숙사 테라스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점차 학교 사람들에게 펭귄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후안은 학교의 마스코트가 되어 이들의 일상 속으로 깊게 스며든다.

사람도 아닌 펭귄인 후안과 많은 사람들이 소통하고, 즐거워하며, 때로는 위로를 받는 걸 보고 처음에는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우리에게 친숙한 개나 고양이가 아닌 낯선 펭귄에게서 어떻게 쉽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걸까? 여기에 대답은 책 속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일상에 점점 스며들고 있는 후안의 모습은 나까지도 편안한 마음을 들게 했고, 담담한 태도로 아이들을 위로하는 모습이 상상되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또한 섬세하게 묘사된 상황과 책 사이사이 그려져 있는 귀여운 펭귄 삽화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독자인 나조차도 조금이나마 있던 경계심을 허물고 후안의 친구가 되었는데, 곁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사랑스런 후안의 친구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억이 흐릿한 어릴 적을 제외하고는 동물과의 접점이 별로 없던 나는 책을 읽으면서 인간과 동물과의 우정이 이토록 긴밀하고도 애틋해질 수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고작’ 동물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저자의 말처럼 반려동물은 ‘고작’ 반려동물이 아닌 진정으로 마음을 나눈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마지막 장을 끝으로 곁에 있던 친구가 훌쩍 떠나는 듯한 허전함을 느끼며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후안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펭귄이라는 점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아마 후안은 책의 한 구절처럼 약간은 새침하게 여러분을 반겨줄 것이다.

“왜 이렇게 늦었어? 이 친구야···. 뭐하느라 이리 오래 걸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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