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시노래프로젝트 블루문의 첫 음원이 출시됐다. 블루문은 시에 곡을 붙여 노래하는 팀이다. 작곡, 편곡, 연주, 노래에 이르기까지 일당백을 해내는 팀이다. 블루문의 첫 음원 <시, 노래, 블루문> 역시 팀원의 힘으로 제작되었다. 아내는 블루문의 리더이자 곡을 쓰고 노래하는 가수다.

음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날 저녁, 아내와 조촐한 자축을 한다. 음원이 출시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언제 출시되는지 몰랐던 나는 아무런 대안없이 축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코로나19 이전 같으면 팀원이 모여 거나하게 한잔하면서 서로 축하하고 격려하고 음악에 관해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을 것인데,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 아내의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아껴두었던 양주를 개봉한다. 작은 밥상 위에 먹다 남은 계란 후라이 안주 삼아 변변한 술잔도 없이 찻잔에 술을 따른다. 

음원 출시로 인해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몇 해 동안 작업해온 곡을 정리하는 의미는 있을 것이나, 돈이 벌리거나 공연 스케줄이 많아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언제나처럼 세간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시노래를 가끔 부를 것이며, 알아주는 이 많지 않아도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독주 몇 잔에 취기가 오른다. 아내도 기분이 좀 나아졌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한다. 반찬용 김을 하나 꺼내 부족한 안주를 보충한다. 짭조름한 김이 양주와 제법 잘 어울린다. 아내와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이는 밤, 아내의 말에 가끔 고개를 끄덕일 뿐, 나는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과일 이름을 딴 음원 사이트를 열어보니 몇몇 아는 이름을 제외하면 모르는 가수가 태반이다. 나의 대중음악은 고등학교 시절로 끝이 났으니, 가끔 TV를 통해 접하는 아이돌이나 모처럼 얼굴을 비친 예전 가수가 전부다. 순위별로 나열된 차트를 보며, 시노래프로젝트 블루문의 노래가 차트에 오르는 날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술판 커진다고 만류했던 참치캔을 땄다. 양주도 절반이나 줄었다. 기름 둥둥 뜬 참치도 제법 어울린다. 우리 부부도 제법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시 쓰는 남편과 노래하는 아내는 남들이 부러워하거나 신기해하는 대상이다.

노래하는 아내는 좋으나, 시 쓰는 남편은 어떨까. 음풍농월의 세월을 사는 것이 일생의 꿈인 시인과 함께 사는 일이 어디 좋기만 하겠는가. 노래하고 시 쓰는 삶은 개인의 몫이지만,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키우는 일은 만만찮은 일인 것을, 벌이가 시원찮은 남편 대신 장사를 시작한 아내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뿐이다.

나는 블루문 공연의 전속 사회자다. 경비 절감 차원도 있지만, 블루문의 노래를 응원하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진행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유일하게 나의 시를 불러주는 팀이기도 하니 나도 불만은 없다. 코로나19 이후 공연도 줄고 정체성도 혼란스러운 때, 지치지 않고 음원을 출시한 아내와 블루문 멤버들을 위해서라도 사회 보는 날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술기운이 올라온다는 핑계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남은 술은 음반이 출시되는 날을 위해 아껴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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