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내주기로 한 것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 반발에 이어 당내 대선 경선주자들도 입장이 갈리며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김두관 의원은 법사위원장 양보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이낙연 전 대표와 박용진 의원은 지도부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 지사 쪽을 비판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여야 합의에 따른 산물이라며 법사위 제도 개혁을 조건으로 지도부 존중 견해를 내놨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협상을 통해 여야 갈등의 원인이 됐던 법사위원장직은 전·후반기로 나눠 내년 6월부터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민주당이 독식했던 18개의 상임위원장 자리도 여당이 11석, 야당이 7석으로 배분했다. 공석이던 제1야당 몫 국회부의장도 다시 선출하기로 했다.

모처럼 여야 협치의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곧바로 불거진 여당 내 파열음이 계속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기대는 우려로 바뀌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28일 여야 합의안을 재론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공개 제안했다. 전체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의견을 모으고 잘못을 바로잡자는 요구다.

급기야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공영방송에 출연해 “법사위 권한을 축소하는 국회법 개정을 전제로 법사위원장을 넘기기로 했다”며 “국민의힘이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으면 여야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 원내대표도 법사위 관련 국회법 개정안이 8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합의가 파기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사위 기능 재편이 사태 해결의 주요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국회 법사위 개편은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됐다.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무기로 온갖 갑질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은 타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안이 관련 법과 충돌하지는 않는지(체계)와 법안에 적힌 문구가 적정한지(자구) 심사하는 기능이다. 입법 과정의 최종 관문으로 통과돼야 법안은 비로소 본회의에 오를 수 있다.

이 권한은 부작용을 초래하기 일쑤였다. 다른 상임위에서 합의된 법안을 뒤집거나 지연, 폐기시키는 일이 버젓이 벌어졌다. 20대 국회에서는 55개 법안이 법사위에 발목 잡혀 본회의에 가지 못했다. 야당이 여당의 힘을 무력화시키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법사위원장 쟁탈전이 치열한 이유다. 이런 사정으로 19대와 20대 국회에서 여야 모두 법사위의 과도한 기능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성공하진 못했다.

이번에 여야는 법사위 기능을 체계·자구 심사로 엄격히 제한하고, 심사 기간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기로 합의했다. 법안 처리 지연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사위가 정치 놀음에 활용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 당론으로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완전 폐지를 내세운 바 있다. 여야는 언제든 위치가 뒤바뀔 수 있다. 이번 국회법 개정 과정에서 제도를 완벽하게 정비하지 않으면 법사위의 ‘상왕’ 노릇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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