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다은 청주금빛도서관 사서

 

사서가 책을 추천하는 것은 조금 과장한다면 수술을 앞둔 의사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항상 하는 일임에도 많이 고민한다. 수 없이 쏟아지는 좋은 책들 사이에서 한 권을 고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나의 추천 책 ‘여행 가는 날’은 아마 어른이라면 겉표지 그림만 봐도 책의 내용이 그려질 것이다. 그림책 작가 서영도 할머니와 이별을 겪고 죽음이라는 잘려나간 끈 조각이 새로운 삶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썼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할아버지 집에 밤늦은 시각 손님이 찾아오며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 손님을 반기고 여행을 준비한다.

깊숙이 숨겨둔 동전을 모아 여비를 챙기고 멀리 가는 여행이 처음이라 이것저것 물어보며 간식으로 먹을 달걀도 삶는다. 손님이 몰래 귀띔해준 소식에 면도도 하고, 깨끗이 씻고 아끼던 양복도 꺼내 입는다.

마지막으로 젊은 날 사진을 챙기며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으로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낯선 손님과 함께 여행을 나선다.

할아버지는 슬프냐는 물음에 남겨진 가족들이 슬퍼할까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그곳에 가면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오히려 편안하고 가벼워 보인다. 담담히 남긴 할아버지의 편지로 충분히 그 마음이 전해졌을 것이다. 마지막에 할아버지의 먼 여행을 떠난 소식을 전하는 아이의 모습이 나온다. 이제 그림책의 페이지는 없다.

독자로서 할아버지가 보고 싶고 그립지만,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 행복해하실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러니 죽음이 그저 슬프거나 두렵지 않다

‘여행 가는 날’에서는 할아버지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상상하며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죽음을 두렵고 무서운 것으로만 생각하기보다는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준다. 누구도 삶의 끝을 모르기 때문에 죽음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보통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죽음을 물어보면 설명하기 난해하거나 몰랐으면 하거나 혹여 알려고 하는 자체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낀다. 아니면 이런 죽음을 알기에 너무 어리거나, 경험할 일이 거의 없어 설명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감추려 하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막연한 두려움과, ‘나’에게 찾아온 갑작스러운 죽음을 극복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힘이 들 것이다.

내 책상 서랍 속 깊숙한 곳에는 3만 원이 들어 있는 봉투가 있다. 10년 전쯤 처음 병원에 입원하신 날 할아버지가 나에게 준 마지막 용돈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성인임에도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나와 죽음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한동안 누군가와 헤어지는 것이 무섭고 두려웠다.

여전히 서랍을 지키는 3만원은 아마도 죽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 내 미련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드리고 스스로 극복했다면 할아버지와의 추억으로만 남아있지 않았을까?

전문가들은 죽음의 의미와 삶의 유한함에 대해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상실했을 때 슬픔을 스스로 극복하며 바른 감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이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꼭 겪는다. 그 슬픔이 얼마나 힘들고 벗어나기 지독한지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젠간 내 차례가 온다. 어릴 때. 청소년일 때. 성인이 되어서 아니면 백발의 노인이 되어서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른다.

죽음을 단지 슬프고 두려움이 아니라 주변에 새싹이 돋고 잎이 자라 꽃이 피고 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우리 일상에 매우 평범하게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와의 이별을 조금은 덜 아프게 맞이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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