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순의 기억전쟁’ 출간…경상도·전남지역 민간인 학살 다뤄

박만순(왼쪽)씨와 ‘박만순의 기억전쟁’ 표지.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너무 고통스러워 꺼내기 싫었던 이야기,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끄러운 역사가 담긴 ‘박만순의 기억전쟁’(도서출판 고두미/1만7천원)이 출간됐다.

20여 년 동안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 온 박만순씨가 ‘기억전쟁’, ‘골령골의 기억전쟁’에 이어 세 번째로 내놓은 결실이다.

모두 8장으로 구성된 ‘박만순의 기억전쟁’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 중에서 경상남·북도와 전라남도 지역의 사례를 주로 다루었다.

제1장 ‘짧은 봄, 긴 겨울’에서는 1960년 4·19 혁명과 함께 활동을 시작한 피해 유족회 회원들이 5·16 쿠데타 이후 군부의 탄압으로 고통 받았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유족을 자처하며 유족회에 호의적이었던 박정희가 쿠데타 후 유족회 임원들을 빨갱이로 몰아 체포와 구금, 고문을 일삼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오랜 세월 동안 민간인 학살 사건을 ‘망각의 수장고’에 감금해 버렸다고 강조한다. 제2장 ‘경주의 염라대왕’에서는 경남 경주 지역의 민보단 청년들의 악행으로 학살된 피해 사례를 다루었고, 제3장 ‘춤추는 갈매기섬’에서는 전남 해남 지역의 바다와 갈매기섬에서 자행된 학살 실태를 다뤘다.

제4장 ‘아, 괭이바다’에서는 전차상륙함까지 동원해 1천681명의 민간인을 괭이바다에 수장시킨 실상을 다루었다. 제5장 ‘함정수사’에서는 인민군 복장으로 환영대회를 유인하는 시나리오를 통해 ‘빨갱이 사냥’을 펼친 나주 경찰의 충격적인 ‘기획 학살’ 실상을 재현했다.

제6장 ‘득량만의 원혼들’에서는 득량만 바다에 수장시킨 전남 장흥 지역의 사례를 다루었고, 제7장 ‘보리 한 되의 죄’에서는 전남 완도 지역의 학살 사례를 다루었다. 제8장에서는 우익 인사에 대한 좌익의 보복학살 사례와 학살 직전에 놓인 수십 명을 살리고 불명예 퇴직당한 경찰의 사례도 보여준다.

앞선 책 ‘골령골의 기억전쟁’에서와 마찬가지로 저자는 철저한 답사와 인터뷰를 통해 집단학살 사례는 물론 피해자 개인의 삶과 유족들의 고통스런 삶까지 담았다. 당시의 현장과 대를 이은 연좌제 피해 역시 입체적으로 입증해 놓았다.

박만순씨는 “자료를 찾고 답사를 하고 글을 쓰고 책을 펴내는 것이 필자에게는 전쟁과 다름없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를 ‘망각과 기억의 전쟁’이라고 규정한다”며 “진실을 감추고 망각을 강요하는 세력을 상대로 한 ‘기억전쟁’이었다”고 밝혔다.

저자는 덧붙여 한국전쟁기 국가폭력의 실상을 알리고 유족들의 삶을 어루만져 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상기시키는 것, 그리하여 ‘좋은 전쟁이란 없다’는 교훈을 공유하는 것이 이 책을 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저자가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에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 박만순씨는 20년째 6·25 때 학살된 이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충북 도내 2천 개 마을을 방문해 실태를 조사했고, 대전·충남, 대구·경북, 부산·경남, 전남·경기 등지를 다니며 구술을 수집하고 있다. 이같은 활동을 토대로 한 책이 ‘기억전쟁’과 ‘골령골의 기억전쟁’이자 이번에 발간한 ‘박만순의 기억전쟁’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