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사랑, 좋다. 참 좋다. 좋은 말이다. 그 좋은 사랑이 쟁그러울 때가 있다. 사람은 아무리 좋은 것도 쉴 새 없이 해나갈 수는 없다. 쉬고 재충전하고 자신의 생과 관련된 의미도 찾으면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사랑이 아니라 사랑해야 하는 관계들에서 생겨나는 의무조항들이 버거운 건 바로 관계 의미를 다시 회복하거나 정비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눈 뜨자마자 여기저기에 사랑의 증표를 남기듯 몸과 마음을 바삐 움직여야 하는 여성의 일상을 김유강 작가는 ‘아무도 사랑 안 해’란 작품으로 그려냈다.

표지에 하트 모양 머리를 한 여자는 화난 표정이다. 머리 위에는 빨간 하트가 그려져 있다. 하트 안엔 ‘아무도 사랑 안 해’라고 단호한 진술문이 책 제목으로 적혀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닥치고’ 희생하던 지난 세대 엄마가 길러낸 딸 세대 이야기이다. 가족도 사랑하지만 나를 찾고 싶은 여자 ‘나’의 이야기다. 날이 밝자마자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하트 뿅뿅의 진정한 의미를 재조명하고 그 방법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겠다.

대체로 가족관계 행사가 몰려있는 오월이면 대한민국의 결혼한 여성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은 충동을 경험하기도 한다. 평소 늘 하는 것들인데 무슨 무슨 날이라 정해놓고 사랑과 효를 표시해야 하는 강요 아닌 강요로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연주하게 된다. 주부라면 우선 누군가의 자식이고 엄마이고 제자이고 아내이니 말이다. 굳이 오월이 아니어도 대부분 여성들은 돈 고생, 맘 고생, 몸 고생으로 대표되는 삶이 일상이 되어있다.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로 나와 ‘나’를 본다. 그 많고 커다랗던 하트는 힘을 잃는다. 필요한데 마다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 바쁜 일상에서 하고 많은 하트였어도 몇 개쯤 남을 수는 있을까.

없다. 하나밖에 없다. 어찌해야 하나? 생각 끝에 눈 딱 감고 ‘나’를 위해 남은 하트 하나를 삼켜버린다. 왠지 꼭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가족을 방치하고 일탈을 하며 하트의 효과를 기다린다. 가족은 놀라고 잠시 불편하지만 미안해하며 그녀를 응원하고 쉬게 하며 기다려 준다. 하트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다시 하루가 사랑으로 충만하고, 가끔 힘들어도 가족에게 하트를 당당히 요구하며 나를 사랑할 수 있게 한다. 이제 다시 하트상자에 하트가 가득 찬다. 그리고 한 개 한 개 꺼내쓴다, 꼭 필요한 곳에.

사랑이란 단어가 품고 있는 무한이란 단어는 어폐가 있다. 인간의 모든 것은 무한과는 거리가 있다. 무한히 사는 존재가 아니다. 무한히 사랑할 수 있는 건 어쩌면 신의 영역일 것이다. 희망사항을 사실의 영역에서 기대하는 건 무리이다. 작가는 하트상자를 만들어 서로 그 상자를 채워 두어야만 다시 꺼내 사용할 수 있다고 간단명료하게 이야기 한다. 뒷 면지에서 하트를 주려 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그 하트를 기꺼이 거부하며 너를 위해서도 쓰라고 한다. 어머니 세대가 딸들에게 그렇게 살라고 자신들을 희생하며 길러내지 않았던가. 너희는 나같이 살지 말라고 일방적인 삶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더라고. 작가의 제안은 ‘하트상자’에 같이 모아서 각자 필요할 때 사용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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