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223년 삼국시대, 촉나라 유비가 죽고 아들 유선이 왕위에 올랐다. 제갈량은 유선을 도와 승상의 직무를 맡고 있었다. 이 무렵 남만왕 맹획(孟獲)이 군사 10만을 이끌고 촉나라의 남부 지역을 자주 침범했다. 촉나라를 만만하게 본 것이었다. 이에 제갈량이 맹획을 사로잡고자 장군 조운과 위연을 좌우의 대장으로 삼고 직접 50만 대군을 이끌고 남쪽 정벌에 나섰다.

촉나라 군대가 쳐들어온다는 소식에 맹획은 한판 붙을 결심으로 군사를 이끌고 나왔다. 그런데 달려오는 촉나라 군사들을 살펴보니 대오가 엉망이었고 질서가 없었다. 깃발도 제각각이었고 조금의 위엄이 없었다. 맹획이 부하들에게 말했다.

“제갈량은 병법을 모르는 자이다. 우리가 나가면 무조건 이긴다.”

맹획이 나서자 촉나라 장수 왕평이 맞섰다. 하지만 왕평은 몇 합을 버티지 못하고 달아났다. 맹획이 이를 놓치지 않고 20리를 추격했다. 어느 들판에 이르자 천지를 울리는 함성과 함께 촉나라 군대가 맹획을 포위했다. 그 순간 적의 함정에 빠진 것을 알고 맹획은 필사적으로 달아났다. 한참을 달려 가파른 산길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웅장한 북소리와 함께 매복해 있던 촉나라 군사들이 앞을 막았다. 맹획은 사로잡히고 말았다. 하지만 제갈량은 맹획을 풀어주었다. 한 번 더 싸워 그때 잡히면 진심으로 굴복하겠다는 맹획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맹획은 자신의 장수 둘을 내보내 싸우게 했다. 하지만 이 둘은 촉나라 장수에게 패하고 돌아왔다. 맹획은 이들이 일부러 져주고 돌아왔다며 심하게 곤장을 쳤고 창피를 주었다. 그날 밤 이 두 장수가 원한을 품고 자신의 병사들을 이끌고 맹획의 군막으로 쳐들어갔다. 마침 술 취해 잠들어 있는 맹획을 꽁꽁 묶어 제갈량에게 바쳤다. 하지만 맹획은 내가 힘이 없어 잡힌 것이 아니라 부하들이 나를 팔아먹은 것이라 굴복할 수 없다고 했다. 제갈량이 다시 풀어주었다.

이렇게 맹획은 사로잡혔다가 풀려나고 풀려났다가 다시 사로잡히기를 거듭했다. 일곱 번째 맹획이 사로잡혀 제갈량의 군막으로 끌려왔다. 제갈량은 맹획를 잠시 쳐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다. 잠시 후 촉의 장수가 와서 맹획에게 말했다.

“승상께서 그대를 풀어주라고 하였소. 돌아가서 다시 싸울 준비를 하시오.”

그 말에 맹획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승상께서 저를 일곱 번이나 사로잡아도 죽이지 않고 돌려보냈는데 이런 은혜가 어디 있겠소. 그 은덕을 모른다면 어찌 내가 사람이라 하겠소.”

이어 맹획이 제갈량이 있는 처소에 안내되어 오자 바로 무릎을 꿇으며 맹세했다. “우리 남방은 영원히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제갈량이 맹획을 남방의 책임자로 임명하고 돌아왔다. 이로써 촉나라는 국운이 걸린 북벌에 몰두할 수 있었다.

칠금맹획(七擒孟獲)이란 맹획을 일곱 번 사로잡았다는 뜻이다.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풀어준다는 의미와 상대를 철저히 굴복시킨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진정한 소유는 손에 쥐지 않아도 항상 내 곁에 있는 것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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