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까지 청주성모병원 갤러리서 개인전

충북 청주성모병원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조병인(왼쪽) 작가가 관람객들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충청매일 진재석 기자] “시집와 반평생이 넘는 시간 동안 ‘규화 엄마’ 또는 ‘준용이 할머니’로 불려왔는데, 그동안 잊고 살았던 제 이름을 이제야 찾은 것 같습니다.”

8일 충북 청주성모병원 갤러리에서 만난 조병인(77)씨는 새로운 놀이를 앞둔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20대 꽃다운 나이에 종갓집으로 시집온 조씨는 평생 집안일과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왔다.

노년에는 병원 일로 바쁜 아들과 며느리를 위해 손주까지 돌봤다는 그가 평생을 살아온 길을 돌이켜봤을 때 ‘조병인’ 본인은 없었다고 한다.

나이는 계속 먹고 자존감이 낮아지던 당시 조씨는 친구 전시회를 관람한 것을 계기로 그림을 그리게 됐다.

조씨는 “나이는 한 살 한 살 계속 먹고, 집 외에 갈 곳은 없다 보니 나중에는 우울증 비슷한게 왔다”며 “그러던 중 지인 전시회에서 친구의 그림을 봤는데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느즈막한 나이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던 그에게 그림이라는 놀이와 화실이라는 놀이 장소가 생겼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큼은 무언가에 몰입할 열정을 느낀 그는 계속 그림 세계에 빠져들었다.

조씨는 “그림을 그리다 보니 갈 수 있는 장소가 생겼고, 반평생 잊고 지낸 열정도 다시 느낄 수 있었다”며 “그림을 배운 뒤부터는 하루하루가 즐거웠고 웃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렇게 2년간 매일 꾸준히 그림을 그린 조씨에게 어느 날 개인전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고, 희수(喜壽)를 맞은 지금 ‘조병인’ 그의 이름 석자를 건 전시회가 청주 성모병원에서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회 속 그림들은 조 씨의 어릴 적 추억과 가족과의 아름다운 기억 등으로 가득하다.

조씨는 “이번 전시회는 보는 이를 치유하고, 그리는 저도 즐거웠던 그림들로만 채웠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그는 “남은 생애 동안에 많은 작품 등을 감상하고, 저와 같이 늦게 그림에 빠진 이들을 도와주며 살고 싶다”고 전했다.

조병인 개인전은 오는 30일까지 충북 청주성모병원 갤러리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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