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충청매일] 작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판사 사찰, 채널A 사건 감찰 및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위신 손상 등을 이유로 윤석열 총장에 대해 직무 배제하고 징계하려고 하자, 평검사들은 물론 검사장, 고검장들까지 나서서 조직적으로 반발했다. 그들은 총장에 대한 징계가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했다. 언론이 ‘검란’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로 검사들 반발은 거셌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윤석열이 검찰총장을 그만둔 지 4개월여 지난 6월 29일, 공개적으로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정치판을 거닐고 있다. 그는 지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좌천’되었다고 여기는 과거 부하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리를 지켜라. 다음 기회를 보자’고 했다고 한다. 윤석열의 이런 정치 행태는, 그가 검찰총장으로 있으면서 지휘해 온, 정치적으로 예민했던 사건들 수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정의롭지 못하였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정치의 당사자가 되겠다고 나선 꼴이 되었다.

이보다 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드는 일이 있을까. 정말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검사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침묵해서는 안 된다. 검찰을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어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 검사들의 침묵은, 작년 그들의 집단 반발이 조직이기주의를 드러낸 것에 지나지 않았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검사도 공무원이다. 그런데 검사들만큼 집단 반발을 자주 하는 공무원 사회가 있는가. 검사들은 사회정의나 인권, 민주주의를 위해 반발한 적은 없다. 이번 검란 사태와 옛날 ‘검사와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은 검찰 조직의 이익에 해가 생길 때에만 반발한다. 검사들이 집단 반발을 쉽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은 대통령의 장관 임명에 맞서, 수사력을 총동원하여 조국 장관과 그 주변을 이 잡듯 수사하고, 다수 언론과 합작하여 권력형 비리 수사라고 홍보하며, 대국민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하였다. 거기서 나아가 울산선거 사건 수사 등을 통한 여론전으로 2020년 4월 총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쳐, 정치권력 교체를 통해 검찰개혁을 저지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제 윤석열은 자신이 직접 정치의 핵심 권력(대통령)이 돼 그의 뜻대로 나라를 이끌어가려고 하고 있다. 망나니가 분수를 모르고 칼춤으로 힘자랑하다가, 제 춤에 취해 아예 우두머리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직하자마자 정치권에 뛰어든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치명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의 정치적 사건 수사 모두에 대해 중립성과 독립성을 의심받게 되었고, 우리 검찰의 앞날은 더욱더 어둡게 되었다. 윤 전 총장이 정말로 검찰을 사랑한다면 당장 정치를 그만두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검사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오고, 거기에 댓글이 달려야 한다. 우리나라에 검찰 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진짜 검사들이 정말로 있기는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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