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수스협동조합 ‘카피레프트 톨스토이 어깨에 올라타다’ 출간
유니게 등 작가 12명 참여…누구나 각색해서 2차 콘텐츠로 활용

[충청매일 최재훈 기자]  셀수스협동조합(celsus.org)은 연극, 뮤지컬, 영화 등 문화콘텐츠 제작의 원천스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단편소설 무상공유 프로젝트’로 12명의 작가가 참여한 단편집 ‘카피레프트 톨스토이 어깨에 올라타다’(도서출판 지식의 풍경/1만4천원·사진)를 출간했다.

이 책을 기획한 셀수스협동조합은 콘텐츠(사진, 동영상, 오디오, 방송대본, 시나리오 등) 독점에 반대하며 ‘콘텐츠 무상공유’를 목표로 2015년 결성됐다. 그동안 조합은 국회 세미나, 한국저작권위원회 컨퍼런스 등에 참여해 카피레프트(저작권 공유)운동의 필요성’ 등을 알려왔다.

2018년 첫 번째 무상공유 출판물 ‘카피레프트, 우주선을 쏘아 올리다’를 기획해 펴낸 후 올해는 창작단편소설 공유라는 두 번째 책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이번 책은 텀블벅을 통해 출판을 위한 후원자를 모집한 결과, 100여명이 참여해 의미를 더한다. 

셀수스협동조합운동을 시작한 김형진 작가는 ‘카피레프트 톨스토이 어깨에 올라타다’출간을 기획하며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죽기 직전에 자신의 모든 작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위대한 과학자 뉴턴도 ‘나도 거인들(과학자들)의 어깨에 올라탔다’고 말한바 있다. 이는 세상의 모든 콘텐츠는 개인이 새롭게 창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 주는 말”이라며 “앞선 사람들의 지식을 공유해 제작한 것이 콘텐츠다. 톨스토이도 자신보다 앞서간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소설창작 실력이 좋아졌다고 말했듯, 콘텐츠(소설, 사진, 동영상 등)를 저작권이라는 미명하에 일부가 ‘독점’하지 말고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 콘텐츠 비용을 절약해 더 쉽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아마도 세계 최초의 카피레프트 책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형진 작가는 연극·영상분야의 콘텐츠 제작에서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원천스토리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많다고 전제한다. 무상공유를 통해 2차 콘텐츠의 다양성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창작자들을 돕자는 의미가 목적인 셈이다.

출판 기획에 눈길을 끄는 것은 톨스토이의 저작권 공유 정신을 기리는 의미에서, 박정인 법학박사(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가 톨스토이와 가상의 인터뷰를 진행해 맨 앞부분에 실었다.

인터뷰에는 톨스토이가 1881년 자신의 작품으로 인해 가족들 간에 출판권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쓴 작품이 미워져 아예 러시아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누구나 다 공유할수 있다고 발표해 버렸다는 대목이 등장한다. 이어 톨스토이는 자신이 쓴 책, 소설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니다, 세상으로부터 꾸어온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톨스토이는 이미 1881년 카피레프트 운동을 실천한 작가인 셈이다. 셀수스협동조합이 이를 계승하게 된 것이다.

박정인 박사는 인터뷰에서 “카피레프트운동은 콘텐츠 사용의 높은 가격, 조건 등 저작권 허가의 벽을 무너뜨리고 그러한 장벽 때문에 자유로운 이용이 포기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라며 “이는 창작자도 존중하지만, 창작자와 관련된 자인 권리신탁 단체나 에이전시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고자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작가는 국내에서 활발하게 작품창작을 하고 있는 소설가들로, 유니게,  안재성, 김정애, 이은, 박현식, 임성용 , 김형진, 김남길, 고영란, 이경연, 류춘신,  김영서 작가다. 책에는 작가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단편소설 12편이 수록돼 있다.

유니게 작가의 ‘마지막 인사’는 아이든 어른이든, 지금껏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에 훌쩍 성장한다는 이야기이며 김정애 작가의 ‘오르빌인가요’는 ‘몸은 하찮은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전직 무용수가 딸과 함께 떠난 여행지 오르빌에서 독특한 여인을 만나 몸은 소중한 것이며 정신과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깨닫아가는 이야기다. 안재성 작가의 ‘동경에서 만난 사람’은 해방 직후의 시대상을 취재하기 위해 도쿄에 가서 만난 남로당 계열의 박갑동 선생이 해 준 이야기를 소설 형식만 빌려 쓴 사실 기록의 이야기다.        

김남길 작가의 ‘개 한 마리 키우기’는 현대인들이 자기만의 공간을 자기 의지대로 갖기 어려운 처지를 그린 이야기다.

이은 작가의 ‘봄날 저녁바람’은 오월 햇살을 빛내며 은어 떼처럼 뛰어오르는 기억, 광주 민중항쟁을 다시 만나러 가는 사람의 이야기이며, 김형진 작가의 ‘빽판혁명’은 1917년 러시아혁명의 레닌을 1986년 복사판(빽판)으로 찍어내는 한국의 세운상가에서 만난 이야기다.

임성용 작가의 ‘석류아가씨’는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석류 아가씨라는 어리숙한 한 노동자의 이야기이며 김영서 작가의 ‘조직문화 부적응자’는 멀미 때문에 조폭들 싸움 출동 시 자동차를 타지 못하는 조직폭력배 이야기다. 고영란 작가의 ‘개꿈일기’는 여러 해 동안 써본 꿈의 기록을 들여다보다가 현실 세계와 연결해 본 이야기이며, 박현식 작가의 ‘유폐’는 역사의 깊은 지층 아래 묻혀 다 삭아 버린, 잊지 않았으면 하는 우리 먼 선조들의 이야기이다. 이경연 작가의 ‘머리가 큰 아이’는 세상 어딘가에는 행성과 연결하는 통로가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과 함께 작가의 또 다른 분신에 관한 이야기이며, 류춘신 작가의 ‘화해의 순간, 순간들’은 세상에 살면서 순간, 찰나에 맞물리는 그 어떤 일들이 화해의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진 이야기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어떻게 살것인가를 고민했던 위대한 작가 톨스토이의 발자국을 흉내 내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작품기부 의미를 전했다.

책에 수록된 단편소설은 저작권자(작가)들의 승인 없이 누구나 각색해서 2차 콘텐츠(연극, 영화, 웹툰, 드라마 등)로 만들어 상업적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로마시대에 있었던 최초의 도서관 이름을 딴 셀수스협동조합은 홈페이지(www.celsus.org)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무상으로 다운받아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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