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정부의 정책실패를 이야기할 때 종종 회자하는 말로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국민은 대책을 만든다.’고 한다. 이는 정부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정책이 오히려 사회문제를 가중시켜서 국민이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를 학문적으로 정부 정책의 파생적 외부효과라고 부른다. 정부 정책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예측하지 못한 잠재적 비의도적인 부작용이 클 경우에 나타나는 정부 실패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파생적 외부효과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발생하나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인의 근시안적인 시간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 지금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부동산 문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을 추구하는 여당의 조급한 정책결정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소득 하위 80%까지 1인당 25만 원을 주겠다는 5차 재난지원금을 위해 33조 원의 추경을 편성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80%가 재난지원금을 달라고 데모하지는 않고 있다. 코로나 19가 종식될 때까지 그리고 대선 전까지 몇 번 더 재난지원금 정책을 실행할지 모르지만, 이 또한 파생적 외부효과를 클 것이다.

가장 큰 파생적 외부효과는 인플레이션을 조장하고, 부의 불평등을 확대하고, 전근대적인 천민자본주의를 확대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휘발유 가격이 1,600원을 돌파하고, 짜장면 가격이 8,000원으로 올라가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제학의 엄연한 법칙이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국민으로 하여금 소비나 투자보다는 현금과 금을 은행이 아닌 장롱 속에 모아두거나 정책 실패만 찾아서 투기하도록 할 것이다.

정책 실패에 의한 파생적 외부효과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된 국민의 대리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도덕적 해이를 들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을 입안한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투자의 주범이고, 국민의 대리인인 LH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주택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자신들의 배를 채우고, 이 모든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임명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부패의 산증인인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이들을 비판해야 할 야권도 부동산 투기에 뇌관을 가지고 있고, 퍼주기 재난지원금에 대해서 정권 교체만 부르짖을 뿐 파생적 외부효과를 걱정하는 대권 주자는 한 명도 없다. 이러하니 국민들은 주는 대로 받아먹고 스스로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정책에 대하여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메커니즘도 붕괴하고 있다. 이를 정권 말기의 레임덕으로만 부르기에는 그 파생적 외부효과가 너무 크다. 이에 대응하여 그나마 가진 사람들은 대책을 세우지만, 힘없고 돈 없는 서민은 무대책이 대책일 뿐이니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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