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착한 사람, 좋은 명칭이다. 들으면 기분좋고 좋은 사람이 된 것같은 안도가 생기기도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어쩌면 대하기 만만한 사람, 권리주장에 소극적인 사람, 타인에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사람과도 동일한 의미자장에 들어있을 수 있다. 이 착하다는 딱지는 점점 기준을 높이게 된다. 착한 건 기본이고 더 착해져야 하기를 요구한다. 케이트 그리너웨이상을 수상한 작가 ‘로렌 차일드’는 그림책 ‘착해야 하나요’에 그 일을 담았다.

유진은 일명 착한 아이이다. 어른 말을 잘 듣고, 시키지 않은 일도 잘하고, 먹기 싫은 브로콜리도 싫다고 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씻고, 제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코도 후비지 않고, 정해진 날에 토끼장 청소도 도맡아 하는 어른 손 갈 데 없이 기르기 쉬운 사내아이다. 부모님은 유진에게 ‘착한 아이’라는 빨간 배지를 달아준다.

한편 동생 제시는 그 반대다. 싫은 건 안 먹고, 밤늦게까지 과자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기도 한다.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만 부모님은 내버려둔다. 어느 날 무언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 유진은 착한 아이가 되어봤자 좋은 일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유진은 동생 제시가 하는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엄마 아빠에게 물어보니 지쳐서 포기한 거라고 한다. 더 이상 착한 아이로 살지 않기로 결심한다. 밤을 꼬박 새워가며 고민을 한 유진은 드디어 행동에 옮긴다. 유진은 못 가는 대신 제시 편에 편지를 보낸다. 속이 상한 유진은 오랜만에 토끼를 보러 가지만 청소를 하지 않은 토끼장의 토기들은 뛰어놀지 못한다. 유진은 착하다는 말은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토끼들이 잘 지내라고 청소했고, 착한 아이라고 늘 착할 수만은 없다며 착한 일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제시와 즐겁게 어울린다.

그날 저녁, 식사자리에서 “오빠는 원래 착한 아이라서 브로콜리를 잘 먹고, 제시는 나쁜 아이라서 안 먹는다”는 엄마 말에 유진과 제시는 동시에 외친다. “왜 브로콜리를 먹어야 해요? 싫으면 안 먹어도 되잖아요?” 그리고 둘이서 토끼에게 브로콜리를 먹인다.

착해야 되기 때문에 토끼장을 청소하는게 아니라 토끼들이 더 행복하라고 해주는 일은 대상에 대한 공감과 안스러움을 바탕으로 돕는 기쁨까지 알게 하지 않던가. 어른인 우리도 착하다는 주변의 인정과 기대에 휘둘리며 고통을 겪는다. 의미없는 일에도 착하다는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훈련을 우리도 진작했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착해질 수 있다.

여러분, 나의 아이들이 제시처럼 행동한다고 나쁜 아이라 칭하지 말고 유진이처럼 하라고 착한 아이 프레임을 씌우지 말기로 해요. 착하면 착한 대로 고마워하고 그렇지 않다고 너무 강요하지 말고, 격려하고 같이 고쳐보려고 노력하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멋진 아이로 자라있을 거예요. 때로는 들녘의 야생화처럼 멀리서 아름답게 지켜보는 여유를 가지고 아이들의 성장에 보탬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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