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충청매일] 중국 송나라 시대에 유행했던 선화(禪畵)는 주로 자연을 소재로, 산수·안개·바위·소나무·새·대나무 등 자연풍경 그대로 공간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소통의 선의(禪意)를 지니고 있다. 유학(儒學)에서는 하늘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천일합일(天人合一)을 강조하는데, 불교에서 수행해온 공(空), 불이(不二)와도 같은 이치이다. 천(天:하늘)은 오늘날 자연이므로 인류가 하나가 된다는 것은 환경보호 철학이다. 우리의 삶터는 자연과 더불어 살기 때문에 자연을 들여다보면 사람들의 삶이 보인다.

오늘날 우리는 자연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 여여(如如)를 버리고 개발명목하에 환경오염, 편의를 위한 시멘트 포장, 산과 강·바다의 오염으로 인한 지구 생태계의 혼란은 무한대적 탐진치(貪瞋癡)의 인과(因果)라 할 수 있다.

사찰음식은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자비의 음식이다. 살아 있는 생명을 소중하게 여겨 살생을 금하고 채식 위주로 하여 오늘날 각종 성인병을 사전에 예방하기도 한다. 선문화에서 음식을 남기지 않는 발우공양(鉢盂供養)은 수행의 예법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각종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남은 음식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로부터 자연을 보호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의식주 생활로 인한 환경오염보다 숫제 지구를 한 찰나에 사라지게 하는 전쟁무기의 개발이 더 위협적이다. 강대국의 핵실험 재개와, 일부 국가의 핵폐기물의 해양 투기는 환경오염은 물론 생명살상의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찍이 석가모니는 오계(五戒)를 정하여 인류의 윤리의식과 생명존중 사상을 실천하며 설파하였다.

고려시대까지 불교국가였던 우리나라는 승려들 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들도 화장이 일반화 되었다. 그러나 효를 근본으로 한 유교의 장묘(葬墓) 문화는 최근까지 묘지난(墓地難)이 심각하게 대두되었지만 시대적 추세에 따라 매장에서 점차 친환경 자연장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직지’를 편찬자 백운경한은 77세로 입적하면서 “…칠십 칠년을 살고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니 내 몸도 본래 있는 것이 아니고, 내 마음도 역시 머무를 바가 없으니, 내 몸을 화장하여 재를 시방(十方)에 뿌려서, 단나(檀那:재가 불자)의 땅에 자신의 육신을 묻지 말아라”는 임종게(臨終偈)를 남겼는데, 이는 백운 자신이 어느 곳에 묻히든 뿌려질 들 아무 걸림이 없다는 무심(無心:마음 없음)을 몸소 실천한 참된 사람이었다. 

최근 과학기술과 윤리는 4차 산업시대의 키워드로 대변되는 AI(인공지능)은 지구환경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고까지 바꾸어 놓았다. 환경오염과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손되고 있지만 문명발전이란 집착에서 인류가 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한다. 이러한 열망은 인간이 조작하되 인간보다 뛰어난 존재로 만들어 화(禍)를 자초하는 업보(業報)가 될까 두렵기도 하다.

이러한 불안전한 시대적 상황에서 첨단과학이 미래 세계를 지향하지만 참선 중심의 선불교는 윤리와 도덕적 차원을 넘어선 우주의 자연스런 생활신조로 인류의 모든 생명과 질서를 존중하면 자아완성을 이루게 할 것이다. 중생(衆生)은 물론 만물(萬物)에도 불성(佛性)이 있다는 불교의 연기(緣起)와 생명존중, 자신의 본성을 찾는 직지 이데올로기를 근본으로 환경보호와 세계평화가 가능한 현대인의 생활철학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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