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리츄얼 Ritural’, 온 세상이 인위적 거리를 지켜야 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유지해야 할 일상이 바쁘게 돌아가는 이 시절에 더욱 더 절실해지는 주제어이다. 리츄얼은 의례나 의식처럼 의도적이고 규칙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금요일엔 언제나’는 댄 야카리노의 그림책이다. 이 책은 아이와 아빠가 금요일마다 하는 외출을 이야기한다. 금요일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서는 의례처럼 반복하는 산책이야기이다. 물론 이 산책 자체가 전부는 아니다. 핵심은 둘이서만 무언가를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림 속의 아빠와 아이는 멋진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아빠는 정장을 하고, 아이도 옷을 갖ㅇ춰입었다.

‘나’의 역사 그것도 아빠와 나의 아름다운 서사가 이루어지는 금요일의 이야기, 평범하지만 ‘나’에게는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따뜻한 이야기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 금요일. 아무리 추워도 해가 쨍쨍해도 눈보라가 쳐도 비가 내려도, 엄마와 동생을 남겨둔 채 외출을 한다.

멋진 행복을 만들러 집을 나서면 이른 아침 마주치는 반가운 얼굴들이 있다. 장난감 앞에 아들이 멈춰서면 아빠가 “아들, 아직 갈 길이 멀어요”하며 길을 재촉하고, 아빠가 스포츠용품매장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으면 아이가 아빠를 타이르듯 이끌고 가기도 한다. 함께 밥을 먹기고 하고 빌딩이 올라가는 걸 보기도 한다. 둘은 서두르지 않고 이런 저런 구경을 하지만 머무르지도 않고 어딘가를 향해 간다.

마침내 둘이서 도착한 곳은 단골 식당, 아이와 아빠 둘만의 리츄얼은 ‘아빠와 아침 식사 둘이서만 같이하기’이다. 금요일의 아침은 온 동네가 둘만의 아침을 위해 일주일을 기다리며 준비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온 세상이 아이의 세상 같다. 아이는 집에 두고 온 동생과 엄마가 걸리지만 그날 아침의 행복을 그대로 전해주는 행복 전도사가 되어주면 엄마도 행복해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금요일은 또 다가올 금요일을 기다리게 한다.

어떻게 시작했건 아이와 아빠는 멋진 리츄얼은 만들어 내는 셈이다. 이런 리츄얼을 가진 아이는 평생 존중받은 기억을 갖게 되고, 평범한 금요일은 특별한 날이 되는 것이다.

평범한 시간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일, 일상의 어떤 무의미에 의미를 만드는 일은 이런 리츄얼로 해소할 수 있겠다.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일들에 질서를 만들고 의미를 부여해서 특별하게 만드는 일, 갑갑한 사정일수록 더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먼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건 진리가 아니던가.

어린 시절 비가 올까 봐 마음졸이며 기다리던 소풍날처럼 그렇게 절실한 기다림이 최근에 있었던가 스스로 물어볼 수도 있으리라. 그리 명쾌한 답이 생각나지 않는 걸 나이를 탓할 수도 있겠다. 그날을 그날로 새로운 그 무엇인가를 시도할 엄두도 없이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

갑갑하게 살아갈 이유를 찾자면 수도 없이 많겠지만 이유 찾기보다 급한 건 움직이는 일일 수 있겠다. 혼자이거나 누군가와 함께 사소한 리츄얼이라도 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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