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하루는 제자 공손추가 스승인 맹자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서 제나라의 재상이 된다면 억압이 아닌 덕으로 다스릴 것이니 분명 천하제일의 나라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혹시 재상의 지위에 오르시면 마음의 동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에 맹자가 대답했다.

“내가 젊은 나이라면 유혹과 회유와 탐욕으로 인해 배우고 익힌 것을 내 맘과 다르게 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마흔 이후에 마음이 동요된 적이 없었다. 내가 행할 것과 하지 못할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공손추가 물었다.

“젊을 때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할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자신의 주체를 잃지 않고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 특별한 방법이 있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그것은 떳떳함이다. 떳떳한 사람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떳떳하지 못한 것을 비굴하다고 한다. 옳지 않은 일을 행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비굴한 일을 하면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능멸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하지만 떳떳한 일을 하면 적이 천군만마를 이끌고 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용감하게 나아가 적을 대적할 수 있다.”

공손추가 물었다.

“이전에 떳떳한 사람은 누가 있었나요?”

맹자가 대답했다.

“전국시대의 북궁유는 행실이 떳떳한 장수였다. 적의 군주를 사로잡자 온갖 회유가 있었지만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과감히 목을 베었다. 또 왕이 백성을 속이거나 신하가 왕을 속이는 행동을 보면 주저하지 않고 참언을 고했다. 한번은 왕이 참언이 듣기 싫어 북궁유에게 칼을 겨누어 눈동자 앞까지 칼끝을 들이밀었다. 그래도 북궁유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당장 목이 달아날 지경인데도 자신의 떳떳함을 꼬리 내리지 않았다. 맹시사는 어떤 전쟁에서도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 부동심의 장군이었다. 그는 자신이 이길 수 없는 상대를 만나면 먼저 적을 자세히 헤아렸다. 그리고 적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 내어 나아가 싸웠다. 이것이 그가 전쟁에서 명성을 얻은 까닭이다. 싸우기 전에 승패를 고려하는 자는 적을 두려워하는 자이다. 적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적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나는 북궁유와 맹시사 중에 누가 더 용맹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둘은 자신의 행실에 대해 항상 떳떳한 이들이었다.”

이는 ‘맹자(孟子)’에 있는 이야기이다.

양적후진(量敵後進)이란 적을 잘 살핀 후에 나아가 싸우라는 뜻이다.

정황을 바르게 알아야 떳떳해지고 용기가 생긴다. 그러면 싸움의 요결을 알게 된다. 항상 자신의 장점으로 적의 단점을 치는 것이다. 떳떳하면 인생은 당당하기 마련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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