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윤 교수의 창 ]불에 타고, 무너지는 우리의 삶
[박홍윤 교수의 창 ]불에 타고, 무너지는 우리의 삶
  • 충청매일
  • 승인 2021.06.14 1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라 한다. 다른 말로 안전하지 않은 사회라는 것이다.

이러하니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 안전이 없는 분야가 없다. ‘안전띠’, ‘안전유리’, ‘안전모’, ‘안전장치’, ‘안전핀’, ‘안전교육’, ‘안전제일’, ‘안전용품’, ‘안전관리’, ‘안전거래’,  ‘생활안전’, ‘교통안전’, ‘학교안전’, ‘산업안전’,  ‘공공안전’, ‘국민안전’, ‘행정안전부’, ‘안전협회’, ‘안전보장이사회’와 같이 우리는 매일 안전이라는 말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매일 ‘교통사고’, ‘안전사고’, ‘안전 불감증’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어야 한다.

지난 11일 광주시 재개발 구역 철거건물 붕괴로 사망 9명, 중상 8명 등 17명 사상자 발생하였다. 이번 사고와 같은 철거건물 붕괴사고는 2019년 결혼을 앞두고 사고로 모든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 잠원동 건물 붕괴 사고를 비롯하여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반복을 사고 및 안전에서 널리 인용되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은 1:29:300 법칙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사고나 안전과 관련하여 사망자가 1명 나오기까지 경상자가 29명 발생하고 같은 원인으로 부상당할 뻔한 아차 사고가 300건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똑같이 대형사고를 가져온 물류창고 화재도 동일한 법칙을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안전과 관련하여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사고에 대한 대응 방법과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와 국회는 규제를 강화하는 법령을 만드는 것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이러한 안전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꾸지 않는 한 하인리히 법칙의 고리를 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안전에 대하여 인류는 처음에는 기술과 물리적으로 대응하여 안전장비와 감시 활동으로 사고율을 줄였고, 이어서 사람과 관련하여 인력의 선발, 훈련, 보상제도 등을 통한 구성원의 행동변화로 사고율을 줄이고자 하였다. 그리고 1990년대에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조직 관리 방법의 변화로 사고를 줄이고자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기존의 방법으로 사고율을 줄일 수 없는 안정기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안전문화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문화는 안전과 관련하여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태도, 신념, 인지와 가치를 나타낸다. 바람직한 안전문화는 안전을 개인의 활동이나 기업의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최고 우선순위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광주 사건을 비롯하여 건물철거 붕괴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속성은 돈과 안전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잠원동 건물 붕괴와 관련하여 법적 처벌을 받은 사람은 현장 소장 1명이고 철거업체만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광주 사고도 사업 시행사인 대기업과 기업주는 대형 로펌과 돈으로 안전을 대신하면 된다. 안전문화는 피해자에게 위로와 재발방지를 당부하는 대통령의 말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 결과는 힘없는 사람만 불타고, 무너진 안전으로 삶이 사라지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