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충청매일] 30대에 불과한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선 정치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국민적 요구의 발현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한국정치는 그동안 변화와 혁신을 거부해왔을까. 단언코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들은 변화와 혁신을 수없이 강조하고 주창해왔다.

역대 집권세력은 물론 현 정권도 변화와 개혁을 가장 먼저 앞세웠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변화와 개혁이 말 그대로 ‘선언적 의미’에 그쳐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들이 말하는 변화와 개혁의 실체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한 정치적 술수와 독단과 오만에 불과하다. 그들이 말하는 정의와 민주와 평등과 참여는 ‘언어의 유희(遊戱)’일 뿐이며, ‘선택적 적용’일 뿐이다.

자신들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요구를 자의적으로 왜곡하거나 선동을 통해 본질을 변형시켜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을 변화와 혁신이라 우겨댄다. 그들이 말한 변화와 개혁을 믿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준 국민들이 실망하고 분노하는 근본적 이유다.

국회의원 당선 경력이 없는 원외이자 30대 후반의 젊은 이준석이 제1 야당의 당 대표에 선출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소위 ‘촛불 혁명’에 편승해 집권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이 요구하고 기대하는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갈 것이라 믿었지만, 지난 4년 동안 공정과 평등과 참여는 ‘그들만의 전유물’에 불과했다. 스스로 변화와 혁신의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고 자평하지만, 정치적 지지율 추이는 이미 여당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반영된 지표로 나타나고 있음이 이에 대한 근거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민주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촉발된 지지율 상승으로 ‘정권 탈환’의 기대감을 한껏 드러내고 있지만, 이준석 당 대표 선출이 시사하는 정치적 요구를 읽어내지 못한다면 그들의 희망과 기대는 한낱 신기루에 불과했음을 목도하게 될 뿐이다. 자유와 평등과 박애를 기치로 인권의 중요성을 내세워 근대민주주의의 모태로 평가받는 프랑스혁명의 이면엔 또다른 기득권 쟁탈과 차별과 독선이 숨어있었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여성들이 혁명에 적극 참여했음에도 정치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며 배척했고, 선동을 통한 공포정치로 결국은 또다른 독재정치를 초래하며 자유·평등·박애는 물론 인권이란 혁명의 가치를 훼손시켜 ‘시민혁명’을 오염시킨 과오를 간과해선 안된다.

국민과의 지속적 소통을 통해 국민이 원하고 요구하는 변화와 혁신이 무엇인지 냉철히 파악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들을 마련해 추진해 나가지 못한다면 이준석 당 대표 선출에 담긴 정치적 기회를 상실하고 말 뿐이다.

지지율 상승에 눈이 멀어 개인의 정치적 기득권 수호와 특정계파의 영향력 확대라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지난 총선 참패의 아픔과 수모를 또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혁명은 다 익어 저절로 떨어지는 사과가 아니다. 떨어뜨려야 하는 것이다’라는 체 게바라의 말은 변화와 개혁을 원한다면 실천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이 사과가 떨어지길 기다릴지, 아니면 적극 나서 떨어뜨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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