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혜 청주시립도서관 사서]‘커피는 세상을 어떻게 유혹했는가?’ 책 표지의 한 문장이 강한 공감과 함께 궁금증을 일으킨다. 맞다. 세상은 커피에 유혹됐다. 나또한 커피에 유혹됐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하루라도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날이 없다. 커피가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없다. 작가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물보다 커피를 많이 마신다는 말이 나돌 정도가 됐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말 커피는 어떻게 세상을 유혹했을까.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책 ‘커피인문학’을 소개한다. 작가 박영순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커피 인문학’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강의를 시작했다. 또한 커피인문학, 커피 테이스터, 플레이버 마스터 분야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등재되었다. 커피 분야에서 한국 최초이다.

‘커피인문학’은 커피의 기원으로 시작 해 커피와 함께한 각 나라들의 커피 역사가 흥미롭게 기록 돼 있다. 또한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세계의 유명인들의 커피사랑을 엿볼 수 있다.

음악가, 철학가, 왕, 정치가, 예술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중 한 인물인 바흐가 1732년 작곡한 ‘칸타타 BWV 211’은 ‘커피 칸타타’로 알려졌다고 한다. 작가는 특별히 커피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딸과 커피를 그만 마시라고 다그치는 아버지가 승강이를 벌이며 주고받는 풍자적인 아리아가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모닝커피가 없으면, 나는 말린 염소고기에 불과하다”는 그의 말에서 절대적인 커피사랑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한국의 커피역사도 빼놓지 않았다. 고종황제가 한국인 최초로 커피를 마셨다는 정설은 잘못됐다고 말한다. 최초의 근대신문인 ‘한성순보’에서 커피가 처음으로 언급되었고 미국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이 펴낸 ‘내 기억속의 조선, 조선 사람들’에는 1884년 1월 한강변에서 커피를 접대 받은 사연이 기록되어있다고 전한다.

이 기록은 고종 황제가 아관파천을 겪은 것보다 12년이나 앞서 항간에 이미 커피가 후식으로 제공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1933년에 종로1가에 다방을 연 천재 시인 ‘이상’의 이야기도 전한다. 다방 이야기를 하다보면 ‘카페’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커피coffee’와 이를 마시는 공간인 ‘카페cafe’는 어원이 같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한국에서는 ‘카페가 포화상태’라는 등 비관적 전망이 쏟아졌지만 정작 카페는 지속적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고 한다. 커피 향 가득한 공간에서 풍성한 이야기를 피워내며, 책을 보고, 커피를 마시는 카페 문화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접할 수 있는 풍경이다.

인류를 이토록 커피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최고의 커피는 어떤 커피를 말할까? 최고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할까? 커피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커피인문학’에서 답을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커피인문학인가? 작가는 여기서 말하는 인문학의 목적을 첫째는 커피에 대한 교양과 상식의 전달이고, 둘째는 커피를 이야기할 때 달아오르는 기쁨을 더욱 배가시키기 위한 이야기 소재의 제공이며, 셋째는 독자로 하여금 매사 자신의 삶을 비추어보는 습관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며 그러기위해 구절구절 우리 인간의 삶이 비춰지도록 노력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후퇴를 모르고 한없이 질주해 온 커피, 작가의 말처럼 커피는 한 시절 유행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 마지막으로 바흐의 ‘칸타타 BWV 211’ 중 책 속에 소개한 아리아 한 부분을 옮겨보며 ‘커피인문학’ 여행을 권해본다.

“오, 커피는 너무나 달콤하구나. 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고 백포도주보다 부드럽구나! 커피, 커피야말로 내가 마셔야 할 것이야. 나를 기쁘게 하고픈 사람이 있다면 내게 커피를 따르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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