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예술 생태계는 변화했다. 국가나 문화재단 등에서 운영하는 공모 사업에 경쟁적으로 참여하거나 다른 경로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야 예술 활동이 가능한 현실이다.

특히, 예술 단체의 경우 팀원의 이탈이 발생하고 있으며, 운영 자금 부족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지역 문화예술의 큰 손실이며, 예술 없는 도시로 전락할 위기이다.

코로나19가 지속하면서 공연장을 찾는 일도 연중행사가 되었으며, 객석을 채우기도 어렵다. 부족한 홍보비와 시스템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민은 지역예술인과 무료공연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예술 없이도 잘 먹고 잘 살아가는 시민에게 굳이 예술이 필요할 이유가 없다. 예술은 문학청년(소녀)의 꿈을 되찾고 싶은 욕망과 여가 활동을 위해 필요할 뿐이다.

30대에는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자신감이 있었다. 대책 없는 도전의식은 40대가 되어서야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40대는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에 봉착한다. 예술인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예술 활동에 전념하며 모든 정신과 자금을 투자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왜 예술 활동을 멈추지 않을까. 코로나19 이전에도 어렵게 예술 활동을 이어온 예술인의 예술에 대한 사명감일까, 아니면 다른 길을 찾지 못해서일까.

창작은 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기에 가능하다. 장르마다 다양한 표현 방식에 따라 시가 되고 연극이 되고 노래가 되고 그림이 되고 기록이 된다. 구석기 동굴 벽화를 통해 시대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예술은 시대의 기록이며, 문화유산이 되는 것이다. 가난과 설움과 무관심을 견뎌내고 탄생한 예술 작품이 존재하기 때문에 문화가, 예술이 존재하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생활 예술은 예술가보다 문화 향유자에게 집중되어 있다. 당연히 예술이 특정 예술인만의 것은 아니다. 누구나 예술을 즐기고 누려야 한다. 그러나 예술인의 생존이 위협받고 예술 활동의 어려움이 지속한다면 향유자만으로 충분한 것인가.

앞으로의 예술정책은 예술인 지원정책으로 가야 한다. 창작지원금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며, 국립이나 시립예술단처럼 예술인 개인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고전(古典)이, 세계적인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지자체는 지역예술인을 위한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술을 행사용 활동으로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지역예술인의 가치와 위상, 예술인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공감하고 예술을 통해, 예술가를 통해 지역이 세계적인 명소가 되는 날을 함께 꿈꾸어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